[해외칼럼]중국의 두뇌 유출은 미국의 기회

여론독자부 2023. 7.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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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해외이주·투자 나선 中두뇌 봇물
中생활수준 하락에 영향 줄수도
美엔 이민자가 경제혁신 생명줄
인적자산 유인 비상한 노력할때
[서울경제]

중국의 팬데믹 봉쇄가 해제되면서 해외 이주 인구가 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치솟은 탓에 나라 밖에서 일자리를 찾는 젊은 근로자들이 증가했을지 모른다. 억만장자와 재계 지도자들이 의문의 실종을 당하자 지레 겁을 집어먹은 부유층 시민들이 발 빠르게 국외로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 아니면 사상과 자본 그리고 이동의 자유를 임의적으로 제한하는 독재국가에서 사는 데 신물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인 동기가 무엇이건 해외로 나가 자신의 자산을 투자하려는 중국인들의 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은 매년 순인구 유출을 경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경제 부국들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중국의 해외 전출 인구가 다소 줄어들었으나 최근 해외로 빠져나가는 중국인들이 다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은 30만 명의 순인구 유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0~2017년 연간 평균 순유출 인구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런 현상은 여러 측면에서 중국 정부의 고민거리다.

하강 곡선을 그리는 출산율과 늘어나는 해외 이주 인구 탓에 중국은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의 지위를 잃었다. 문제는 이 같은 인구 변화 추세가 앞으로 몇 년 후 중국민의 생활 수준을 끌어내리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외로 나가는 이주자들 가운데 숙련된 기술을 지닌 돈 많은 젊은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중국은 더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다. 베이징이 경제와 과학 분야의 성장에 제아무리 공을 들인다 해도 국내의 최고 두뇌들이 앞다퉈 해외로 빠져나가려든다면 정부의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진다.

중국의 손실은 미국에는 큰 기회다. 이민자는 오랫동안 미국의 경제와 혁신의 생명줄이었다. 한 세기 넘게 우리는 모국의 어려운 상황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 사실 미국 정부는 지정학적 적대국의 인재를 빼오기 위해 무척이나 공을 들였다. 예를 들어 20세기 중반 우리는 나치를 위해 일했거나 나치에 박해당했던 독일의 과학자들을 대거 미국으로 데려왔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냉전 정책 중에는 소련의 ‘슈퍼스타 빼돌리기’도 포함돼 있었다.

미국에 들어온 후 생산적 일꾼으로 변신한 고급 이민 인력은 미국의 자생적 근로자들을 양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들은 미국의 경제·군사·지정학적 이익에 충실히 봉사했다. 게다가 라이벌 국가의 최고 인재들이 정착하기 원하는 1순위 국가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서구 민주주의 가치를 선전하는 최고의 수단이 됐다. 또 다른 덤도 있다. 모두가 탐내는 인재를 데려온다는 것은 상대 국가가 그의 재능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필자는 앞서 러시아의 두뇌 유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중국에 행여 추월을 당하지는 않을지, 중국 주도의 공급망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닐지를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라이벌 국가의 맹추격에 초조해진 워싱턴의 양당 의원들은 막대한 경비가 들어가는 새로운 산업 정책을 지지하고 보호무역 조치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반도체나 배터리 제조에 제아무리 많은 자금을 투입한다 해도 최첨단 시설을 짓고 운영할 인재가 부족하다면 헛일이 되고 만다.

지금 이 시각에도 불안감을 느낀 중국 전문인들과 사업가들은 싱가포르를 비롯한 타국으로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워싱턴은 그들의 재능을 끌어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상원의원들은 감당하기 힘든 국가 안보상의 위험을 이유로 미국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중국 이공계 학생들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계 학자들은 잦은 신변 위협과 적대적인 정치·문화적 환경을 이유로 대학이나 연구 기관의 종신직을 내던진 채 떠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주 정부도 ‘적색분자 솎아 내기’에 착수했다. 최근 플로리다주는 중국 국적자들의 부동산 매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다른 일부 주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지금이야말로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인적 자산을 끌어들이기 위해 우리 모두가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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