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가전, 이제는 프리미엄 ‘빌트인’ 승부

이다원 2023. 7.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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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성장하며 빌트인 가전도 쑥
주방가전에 시스템 에어컨까지 시장 커져
시장 주도권 유럽에…오븐 1대가 1억 넘어
삼성·LG에 새 기회…이미지 잡고 물량 확대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가전 전장(戰場)이 빌트인 가전까지 넓혀질 전망이다. 스마트홈 도입 열풍이 전 세계에 불면서 빌트인 가전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삼성·LG로서는 프리미엄을 중심으로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빌트인 가전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업계는 빌트인 가전의 전체 가전제품 시장 내 비중이 20%에 달한다고 본다. 연평균성장률(CAGR) 역시 20% 이상으로 점쳐진다.

빌트인 가전은 주택을 지을 때 기본으로 설치되는 가전으로 기업간거래(B2B) 영역에 속한다. 한 번의 계약만으로도 물량을 대거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냉장고, 가스레인지·인덕션,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시스템 에어컨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전체 가전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역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인공지능(AI) 등 스마트 기능을 도입한 가전제품을 활용해 집안 전체를 제어하는 스마트홈이 주목받고 있어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집을 지을 때 스마트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아예 빌트인 가전을 통해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전업계가 눈여겨 보고 있는 시장은 북미·유럽·중동 등 해외 지역이다. 고급 주택에 프리미엄 가전을 통째로 공급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는 유럽 브랜드가 앞선 상황이다. 독일 가게나우, 프랑스 라코르뉴 등 고급 주방가전 브랜드가 버티고 있다. 오븐 한 대가 한국 돈으로 1억원이 넘는 ‘초프리미엄’ 브랜드다.

마찬가지로 독일 브랜드인 밀레 역시 빌트인 강자다. 지난해 밀레는 주방가전 전체 매출 중 빌트인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74.4%로 전년(66.7%) 대비 늘어났다고 밝혔다.

글로벌 가전 시장을 공략 중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에는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인 셈이다. 특히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삼성과 LG에게는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임원들이 12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전자 미래비전 및 사업전략발표를 마친 뒤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LG전자는 가전 사업의 신(新)성장 키워드를 ‘빌트인’으로 잡았다. 최근 B2B 거래를 늘리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글로벌 빌트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LG는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글로벌 ‘톱5’ 빌트인 가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류재철 LG전자 H&A(가전)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11일 “지난 5년간 H&A사업본부 안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라며 “전체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 톱티어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공략 시장’은 북미와 유럽이다. 북미에서는 초프리미엄 ‘LG 시그니처’ 제품을 중심으로 빌트인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 역시 신제품 출시를 앞뒀다. 유럽 지역에서 판매망을 확대하며 가전 부문 전체의 성장을 끌고갈 수 있는 새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한 발 앞서 빌트인 시장을 공략 중이다.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 주방용 패키지를 유럽 시장에 선보이면서다. 프리미엄 라인인 ‘비스포크 인피니트’ 역시 유럽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선보였다.

북미 시장에서는 아예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Dacor)’를 인수했다. 지난 2016년 인수한 데이코는 미국에서 5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온 ‘럭셔리’ 브랜드다. 냉장고부터 식기세척기, 오븐 등 주방 가전에서 특히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미 확보한 거래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리미엄 가전 시장 패권을 놓고 다투던 삼성과 LG가 빌트인 가전 시장까지 눈을 돌리면서 경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한 번에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데다 북미·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이미지를 반전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양사 모두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다원 (d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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