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고관절 재수술이 가능한 이유[경희대병원 명의토크]
필자를 찾아온 환자의 상당수가 이전 병원에서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란 말을 듣고 오는 것 같다. 이미 인공관절 수술을 했지만 염증과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들은 재수술을 할 수 없다는 절망의 끝에 서 있는 환자분들이 많다. 오랜 시간 다져온 수술 경험과 감염에 관한 철저함을 더해 어떤 케이스의 환자라도 가능하지 않은 수술은 거의 없다는 생각을 갖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갈 데가 없어진 환자를 위해 마지막에 선 의사가 되고 싶다. 필자를 만나는 환자는 그 부분의 의사로는 본인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임하게 된다. 엑스레이 검사결과만 봐도 얼마나 고통스럽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필자에게 온 이상 다시는 아프지 않게 해드려야 한다는 마음이다.
필자는 스스로 ‘독사’라 표현할 정도로 수술실 감염 예방을 위해 철저하게 한다. 사람 한 명 한 명이 지닌 감염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마취과 의료진을 포함해 수술실 인원은 최소화로 제한한다.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전신 수술복을 입고, 수술 전 환자에게 투여한 항생제 주사 효과가 최고로 나타나는 시간에 맞춰 수술을 시작한다. 수술 전 감염지침보다 손을 두 배로 더 닦는 것도 오랜 시간 몸에 밴 습관이다.
인공관절 수술 중에서도 고관절 분야는 역사가 길기 때문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과거에는 인공관절 수술의 위험요소가 많았지만, 현재까지 극복하지 못한 위험요소는 ‘감염’과 ‘인공관절 탈구’ 두 가지밖에 없다. 수술 환자의 약 1% 정도에서 발생하는 합병증인데, 저의 철저함은 그 1%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관절 부위의 뼈가 감염으로 녹거나 약화되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재수술이 필자에게는 가능해진 이유는 ‘경험’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표준화된 수술법이 있지만 재수술은 기존의 인공관절을 제거하고 남아 있는 뼈에 맞춰 환자마다 다르게 수술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필자를 찾아온 환자에게 고통의 시간을 덜어주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해왔고, 그로 인해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많은 고난도 재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왔다. 절망에 빠져 있던 환자들이 필자에게 수술받고 성공적인 수술결과로 일상으로 복귀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
경희대학교병원 정형외과의 역사가 깊다는 사실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1971년부터 반세기 이상 이어진 정형외과학 교실에서 명성을 떨친 역대 정형외과 의사들이 있고, 그들의 경험과 노력이 지금의 정형외과학 교실에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토대가 있다는 것, 이를 뒷받침하는 훌륭한 동료와 후배 의료진이 함께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역사가 깊고, 그 역사가 이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유기형 교수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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