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국내주택사업, '오아시스' 우크라이나·사우디 찾는 건설사들

김평화 기자 2023. 7. 1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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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키이우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 공동언론발표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7.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에 부실공사 논란까지 겹치며 국내 주택사업이 '사면초가' 상태다. 위기의 건설사들은 우크라이나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서 탈출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기회의 땅'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본격 참전 국내 건설사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 보리스필 국제공항공사와 공항 확장공사 MOU(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국제공항은 전국 여객 수송량의 62%, 화물 수송량의 85%가 집중된 우크라이나 최대 공항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같은날 미국 USNC, 폴란드 에너지 기업 그루파 아조티 폴리체와 3자 간 초소형모듈원전(MMR) 사업 협력 MOU를 체결했다. 같은 날 폴란드 국방부 산하 국영 방산그룹 PGZ와 폴란드 건설사업과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위한 상호협력 MOU도 맺었다. PGZ와 협력 관계를 구축,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삼성물산도 최근 우크라이나 최서단에 위치한 리비우시, 터키 건설사 오누르와 '리비우시 스마트시티 개발 협력을 관한 MOU'를 맺었다. 오누르사는 우크라이나 내 시공 규모 1위로 우크라이나와 20여 년간 협력 관계를 유지중인 업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추산한 재건 프로그램 사업비는 총 7500억달러(약 1000조원)에 달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명목 GDP(지난해 기준)의 5배를 넘는 규모다. 우크라이나는 2차 산업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종전 후 재건 사업은 러시아 접경 지역 위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사업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으로 생겨날 해외 수주 재료"라며 "주택 사업 기대감이 한 풀 꺾인 현재, 건설사 역량을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체르니히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4일 (현지시간) 러시아 군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의 아파트가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이 보인다. (C) AFP=뉴스1
사우디에서도 '역대급 수주', 원희룡 "원팀코리아"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등을 추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도 국내 건설사들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수주금액만 약 50억달러(6조5000억원)에 달한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 아람코가 발주한 사우디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이다. 이 계약으로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 수주목표 10조5000억원을 단숨에 달성했다.

국내 1위 PM(건설사업관리) 전문기업 한미글로벌도 국내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그간 실적성장을 견인해온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 대규모 상업시설 등의 건축 수요가 줄었지만 해외매출이 늘면서 선방하고 있다. 특히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 올해에만 두차례 계약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11월 네옴시티 건설근로자 숙소단지 5만세대 건설 프로젝트 모니터링 용역계약을 시작으로 올해 3월 2만세대, 5월 1만세대 추가계약을 체결해 누적 8만세대 건설사업을 관리하게 됐다.

정부도 힘을 싣는다. 네옴시티 등 중동 초대형 프로젝트 후속 수주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현대건설의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 체결 성사를 언급했다. 원 장관은 '원팀코리아'를 강조하며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173억 달러로 지난해 수주실적(120억 달러) 대비 44% 초과 달성했다고 직접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 등에서 '해외 수주 500억달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인프라 건설을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위기의 국내 주택사업
국내 건설사들이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 사업 확장에 힘쓰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주택산업의 불확실성 증가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과 가격이 점차 회복되는 추세지만 아직 여건이 불안하다.

지역별 분양시장 양극화가 심각하다. 급격히 오른 금리는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부동산PF 위기 역시 해소되지 않았다. 지방 사업장에선 언제든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 더구나 잇따른 건설현장 붕괴사고와 하자 발생으로 국내 건설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져 주택 업황 반등이 요원한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주택사업이 보릿고개로 접어들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을 놓고 보면 여전히 부동산 시황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고금리 수준은 유지되는 가운데, 높아진 공사비가 빠르게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도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도 분양물량 회복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해외 수주가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백 연구원은 "국내 부동산 시황 불안감을 감안하면 여전히 하반기 해외 수주 파이프라인들의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편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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