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빨리 떠나자" 공장 옮기고…미국서 날개 단 韓공기청정기

방콕(태국)=유재희 기자 2023. 7. 18.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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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ALT 차이나 시대 4-①
[편집자주]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산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퍼스트 무버를 뒤쫓아 기술적 진보를 토대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패권 경쟁과 전쟁으로 국제 무역의 흐름이 바뀌었다. 제 1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기술 경쟁국이 됐고 각국은 경제·자원·에너지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한다. 세계 경제 지형이 요동치는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자원, 인력, 소득, 기술력 등 구체적 기준에 따라 개척 가능한 신시장을 조망하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실적인 수출 위기 돌파구를 모색한다.

진필호 위닉스 태국 법인장과 방보공장 직원들이 인터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유재희 기자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의 디트로이트'. 전세계 기업들의 투자가 몰리는 태국은 이렇게 불린다. 관광으로 대표되지만 실제 태국은 최대 생산국이다.

이곳에 20년간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기업이 있다. 가전기업 위닉스다. 윤희종 현 회장이 1973년 창립 이후 삼성전자 협력사로 냉장고에 사용되는 열교환 시스템을 자체 개발, 생산해 오고 있다. 창사 이래 50년간 열교환 부품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생활가전 완제품인 공기청정기·제습기도 미국·한국 시장을 동시에 휩쓸고 있다.

태국에 공장을 둔 것은 전체 수출 물량의 90%를 차지하는 미국 수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태국을 선택한 배경을 따지면 △물류·협력 업체 △작업자의 성향 △투자 조건 등 복합적이다. 그중 최우선으로 고려한 게 정치적 안정성이다. 진필호 위닉스 태국법인장은 "현지의 정치적 안정성을 판단할 때 주요 수출국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위닉스가 처음부터 태국에 생산기지를 세웠던 건 아니다. 첫 해외 진출지인 중국에서는 일찌감치 철수를 결정했다. 대신 2004년 태국 라용 지역에 현지법인 유원전자를 설립, 열교환기 등을 생산했다. 생산 여건·수익성이 악화됐던 중국 부품사업부를 점진적으로 정리해가는 동시에 태국에 생산 거점을 옮긴 것이다.

위닉스의 3자 무역(한국-태국-미국)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위닉스는 한국에서 부품을 태국으로 수출해 가공 후 주로 미국으로 수출한다. 그런데 주요 거래국인 미국 시장과 수출 여건을 고려했을 때 중국에서의 제조 사업은 여러모로 리스크가 컸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이나 내부적인 상품 수요의 변화 등도 부담이었다.

현재 방보 공장은 공기청정기 등 완제품을 생산하며 미국 수출 물량을 '전담마크'하고 있다. 연간 60만대에 달하는 공기청정기가 생산하는데 태국의 5대 무역항인 램차방항구(Laem Chabang Port)를 통해 미국 등으로 수출된다.

태국에 생산기지를 세운 후 위닉스는 미국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국내기업 중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됐다. 미국 공기청정기 공식 조사기관인 NPD 통계 기준 2018년부터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톱3 브랜드다.
Q.C.D를 지켜라…정치적 불안 해소해 '리스크 관리'
진필호 위닉스 태국법인장이 태국 방보공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유재희 기자

중소·중견 기업들이 해외에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심장'을 교체하는 것과 같다. 진 법인장은 "대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여러 곳에 둘 수 있으니 공급망 이슈가 있는 지역의 경우 생산 물량을 조절해서 다른 공장으로 물량을 이전하는 등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서 "반면 중소기업은 생산기지를 옮길 때 신중히,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장과 기능 측면에서도 비슷하다. 심장은 1초에 한 번씩 뛰어 대략 1분간 5L의 피를 전신에 일정하게 보낸다. 생산 역시 일정한 생산량을 유지해 수출 물량을 적시에 확보하는 작업이다. 결과적으로 위닉스 경영진의 태국 공장 설립 이유는 이른바 케파(Capacity·생산역량)의 지속성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다.

진 법인장은 "주문받은 받은 물량들을 정시에 생산해야 한다"며 "재료비 절감 속에서도 생산성이 플러스돼 품질이 보장된 제품을 납기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Q.C.D(퀄리티-Quality, 비용-Cost, 납기-Delivery)가 강조된다. 동일한 제품을 적절한 비용에 제때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다.

그런데 Q.C.D는 대외적 정치적 불안에 치명적이다. 예컨대 생산 거점국과 미국과 악화될 경우 불리한 관세 적용 등으로 가격 경쟁력 이 약해질 수 있다.

진 법인장은 "초기 투자 비용만 보면 태국보다 나은 국가들도 있고 인건비가 낮은 곳도 있지만 종합적인 평가는 태국이 가장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외적 정치적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면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태국은 그간 미국과의 관계 등을 살폈을 때 생산이나 수출 측면에서 안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 국내 기업들도 동남아시아에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해외투자 무역 전문가는 "공산주의국가는 정부의 행보 예측·대응이 어렵다"면서 "정부의 정책 결정을 시간적 여유 없이 기업에 알리는 등 경영상 불확실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포스코인터 "태국 변했다…남다른 현지 전략으로 성장"
정세훈 포스코인터내셔널 차장이 인터뷰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유재희 기자

동남아의 제조업 생산 기지라 불리는 태국도 제조업에서 신산업으로 투자 유치 테마를 바꾸고 있다. 태국 정부의 신산업 정책 기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기회를 엿볼 지점으로 △전기차를 필두로 한 GVC(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BCG(바이오·Bio-순환·Circular-그린·Green) 경제모델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 등이 있다.

현지의 정책 변화에 맞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태국법인은 철강산업을 기반으로 한 무역상사로서 입지를 굳힌 데 더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태국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BCG 영역 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 중이다.

정세훈 포스코인터내셔널 차장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무역수지 개선보다 중장기적인 기업, 국가 경쟁력제고와 체질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 속에서 기존 종합상사의 역할이 중계무역이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역할을 넘어 친환경·식량·에너지 사업 내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자산 중심으로 한 벨류체인을 구성하고 플랫폼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양적·질적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콕(태국)=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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