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망각-무협조-무관심' KFA, 이상민 '음주파문' 시발점... "파악중"[단독]
[OSEN=우충원 / 노진주 기자]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이상민(23, 성남)이 황선홍호에 발탁돼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선수 선발 규정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대한축구협회(KFA)의 안일함이 이번 사태의 시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14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1년 연기돼 오는 9월 개막하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설 최종명단 22명을 발표했다.
중요한 임무를 안고 황선홍 감독은 항저우로 향한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 이어 아시안게임 3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금메달을 획득하면 선수단에 병역 특례 혜택이 주어진다. 한국 축구 그리고 선수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대회다.
그런데 황선홍호가 제대로 닻을 올리기도 전에 선수 선발 타당성을 두고 시끄럽다.
논란의 중심인물은 과거 음주운전을 하고 은폐까지 시도했던 이상민이다.
이상민은 K리그 2 충남아산 소속이던 지난 2020년 5월 21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고 3경기를 소화해 스스로 논란을 키웠다.
이상민의 늦은 보고로 음주운전 발생 약 한 달 뒤에야 사태를 파악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상민에게 1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400만 원을 부과했다.
용서받기 어려운 과거를 지닌 이상민의 황선홍호 승선 소식은 결국 화를 불렀다. 한국 축구 역사와 선수들의 미래가 달린 아시안게임에 음주운전, 더 나아가 은폐를 시도했던 이상민이 국가대표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놀랍게도 이상민이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1년 10월, 2022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예선을 시작으로 황선홍호에서 꾸준히 차출됐다.
아시안게임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기에 이상민의 차출은 크게 이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윤리와 도덕성 잣대를 떠나 이상민은 KFA 규정상 음주운전 후 최소 2년 동안 대표팀에 뽑히면 안 됐다. 그러나 그 기간이 지나기도 전에 연령별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KFA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는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을 살펴보면 음주운전 등과 관련한 행위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의 처벌을 받은 자로서 ‘500만 원 이상 벌금형 선고 후 그 형이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 혹은 ‘500만 원 미만 벌금형 선고 후 그 형이 확정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다.
음주운전 적발 시 최소 벌금형이다. 2020년 5월 21일 음주운전을 한 이상민은 그로부터 최소 2년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없지만 1년 반 만에 U-23 대표팀에 선발됐고 아시안컵 예선에 임했다.
최정예 멤버를 꾸리기 위해 선수 파악에 신경을 집중하는 감독이 협회 규정까지 인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격 사유가 있는 선수가 있다면 이를 파악하고, 감독과 코치진에 고지해야 하는 것은 KFA의 몫이다.
하지만 KFA는 대표팀 차출 결격 기간 내 있었던 과거 이상민의 황선홍호 합류에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규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선수를 선발했다. 바로 ‘이상민 논란’의 시발점이다.
심지어 KFA는 최근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이 발표된 14일 KFA 관계자는 “이상민이 이미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또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이상민의 첫 국제대회가 아니라 U-23 아시안컵에 출전한 이력도 있다. 이에 이번에 발탁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과거 이상민의 U-23 아시안컵 동행도 문제였단 것을 KFA가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KFA는 17일 “과거 발탁을 포함해 이상민 관련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상민은 황선홍호에서 그동안 6경기를 소화했다. KFA가 바로잡을 기회가 무려 6번이나 있었단 뜻이다. 그러나 일이 크게 터지고 나서야 수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KFA는 이미 다른 연령 국가대표에 차출될 만한 경기력을 지녔지만 과거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선수에게 “음주운전한 사실 때문에 대표팀에 뽑히기 어렵다”라고 일러줬다. 선수에게 음주운전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또 규정상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단 것을 알고 있었던 KFA다.
꼼꼼하지 못한 KFA의 일 처리가 결국 ‘이상민 논란’을 낳았다. /10bird@osen.co.kr/ jinju217@osen.co.kr
[사진] OSEN DB.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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