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끗힐끗 '수상한 낌새'…불체자 검거한 경관의 촉

김지은 기자 2023. 7. 1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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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휴대폰을 잃어버렸어요. 찾아주세요."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심지어 휴대폰 절도범도 아니었다.

이날 윤 경장은 휴대폰 분실 신고를 받고 이종석 구일지구대 경위와 함께 구로시장 근처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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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지구대 윤문규 경장 /사진=본인제공

"아침 출근길에 휴대폰을 잃어버렸어요. 찾아주세요."

지난달 4일 오후 6시쯤.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구일지구대에 분실 신고가 한 건 접수됐다.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윤문규 구일지구대 경장은 이 사건이 단순 절도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윤 경장은 이 사건을 통해 중국인 불법체류자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심지어 휴대폰 절도범도 아니었다. 윤 경장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이날 윤 경장은 휴대폰 분실 신고를 받고 이종석 구일지구대 경위와 함께 구로시장 근처를 돌아다녔다. 휴대폰이 분실자의 노트북과 연동돼 있었는데 구로시장 일대에 위치 표시가 들어왔다. 윤 경장은 구로시장 일대를 약 15분쯤 돌아다녔다. 우연히 칼국수 식당 앞을 지나는데 그곳에 서 있던 한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눈이 마주치면 아무렇지 지나가는 법인데 이 남성은 어쩐지 당황한 표정이었다. 윤 경장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곁눈질로 힐끗 힐끗 봤다. 윤 경장이 말을 걸기 위해 다가가자 이 남성은 황급히 도망쳤다. 그는 "순간 '저 사람 절도범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조건 쫓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경위가 남성을 직선 방향으로 뒤에서 쫓는 동안 윤 경장은 오른쪽 길로 틀어서 달렸다. 예상대로 이 남성은 직진 방향으로 뛰다가 오른쪽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윤 경장은 미리 오른쪽 골목길로 달려가 대기한 덕분에 남성의 뒤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남성이 조그마한 지하 마작방으로 숨어 들어가는 것도 목격했다.

윤 경장은 업주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고 화장실에 숨어있던 남성을 찾아냈다. 이 남성은 처음에는 한국말이 서툰 것처럼 행동했다. 윤 경장은 "대화가 안되는 것처럼 행동하니까 업주에게 통역시켜달라고 부탁했다"며 "왜 도망쳤는지 물어보니 절도 관련은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원 조회를 해보니 국내에 3년 동안 머문 중국 불법 체류자였다.

현재 이 남성은 출입국 관리소에서 따로 조사를 받고 있다. 구로동에 많은 외국인들이 모여 살긴 하지만 이렇게 우연하게 불법 체류자를 검거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윤 경장은 "사실 다른 범죄를 저질러서 체포가 됐다가 불법체류자인 줄 알게 되는 경우는 많다"며 "눈빛과 행동이 의심스러워서 따라갔다가 이렇게 잡은 건 흔하지 않은 경우"라고 말했다.

윤 경장은 1년 간 구일지구대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 덕분에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범죄 저지른 사람이 떳떳할 수는 없다"며 "그렇다보니 뭔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면 혹시나 '범인'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일하면서 가장 신경쓰는 것은 '긴장감'이다. 지역 특성상 흉기 등 강력 사건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사소한 신고라도 항상 긴장한다. 그는 "언제 어떻게 피습이 올 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하려고 한다"며 "용의자를 만날 때 상대방이 제 동선에 들어오지 않도록 항상 거리감을 두고 지켜본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경찰 생활에 있어 목표는 건강이다. 그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게 제일 중요하다"며 "정년을 맞이할 때까지 주변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아무 탈 없이 경찰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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