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아스파탐 논란, 8년전 펩시콜라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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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해로운 수준까지 아스파탐을 섭취하려면 하루에 제로콜라 55캔, 막걸리 33병을 마셔야 한다는 식약처의 설명이 전해졌지만 '아스파탐=발암물질'이라는 등식만 남아 있는 것이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지난달 말 아스파탐 논란이 불거진 이후 7월 둘째주까지 아스파탐이 함유된 제로음료와 막걸리 제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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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한다고 발표한 지난 14일, 식품기업 A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IARC와 발표와 동시에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아스파탐의 안전성을 담보했고,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현행 기준을 유지한다고 발표했지만 A사는 아스파탐 대신 다른 인공감미료로 전환키로 했다. 국내외 공인기관의 발표와 달리 '현행 유지'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안전하다'는 발표에도 이 회사가 인공감미료를 교체하는 것은 소비자의 낙인효과 때문이다. 아스파탐은 국제암연구소의 2B군 분류 가능성이 알려진 후부터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인공감미료로 소비자의 뇌리에 박혀버렸다. 인체에 해로운 수준까지 아스파탐을 섭취하려면 하루에 제로콜라 55캔, 막걸리 33병을 마셔야 한다는 식약처의 설명이 전해졌지만 '아스파탐=발암물질'이라는 등식만 남아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혹시나 몸에 해로울 수 있는 찝찝한 소비 대신 안전한 소비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혹시 모를 손실을 막으려면 논란이 되는 물질을 바꾸는게 기업엔 최선의 선택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교체가 최선의 선택인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지난달 말 아스파탐 논란이 불거진 이후 7월 둘째주까지 아스파탐이 함유된 제로음료와 막걸리 제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편의점에선 펩시 제로와 막걸리 매출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2015년에도 아스파탐 논란이 있었다. 당시 글로벌 펩시는 논란이 불거진 아스파탐 대신 다른 인공감미료 스크라로스(제품명 스플렌다)로 대체한 다이어트 펩시를 출시했다. 하지만 다이어트 펩시의 그해 매출은 6% 감소했고, 이듬해 1분기엔 10% 넘게 하락했다. 인공감미료 교체로 맛의 변화를 느낀 소비자가 오히려 외면했기 때문이다. 펩시는 부랴부랴 아스파탐을 포함한 다이어트 제품을 재출시해 위기를 모면했다.
과잉대응이 영세한 식품기업엔 치명적일 수도 있다.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중소기업은 대체감미료 전환보다 부담스러운 것이 라벨 교체 비용이라고 한다. 라벨의 최소주문량은 식품 대기업의 경우 수일에서 수주가 지나면 모두 소비되지만 하루 출고량이 제한적인 중소기업의 경우 1년치 물량에 버금간다. 이를 폐기하면 수천에서 수억원의 손실이 생긴다. 영세기업에겐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자칫 지역 특산 막걸리가 이번 논란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의 식품위생에 관한 소비자 인식을 세계에서 손꼽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런 관심은 식품 경쟁력을 높이지만 때로는 불필요한 규제와 낭비,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기도 한다. 유해물질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검증이 덜 된 물질이 도입돼 왔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식품기업이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대응은 하지 말자.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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