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빵, 밥까지 일상 아닌 사치?…코앞에 닥친 기후 위기 '재앙'

윤세미 기자 2023. 7. 18.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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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강타한 기상 이변으로 식탁 물가가 위협받고 있다. 쌀과 기름, 커피, 설탕 등 각종 식품 가격이 작황 부진 우려에 가격이 치솟으면서다.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 위기 우려도 커진다.

2019년 4월 미국 플로리다주의 오클랜드 파크의 한 스페셜티 커피 회사에 놓은 커피 포대들/AFPBBNews=뉴스1

올해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가 야기한 기록적 가뭄과 폭우, 산불, 폭염 등 극단적 날씨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주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으며 향후 6~9개월 동안 세력이 점점 강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기후 변화를 악화시켜 농업·어업 및 여러 경제 부문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과거 엘니뇨가 비에너지 상품 가격을 약 4%포인트, 국제유가를 3.5%포인트 밀어올리는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각종 식품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설탕 원료인 조당의 국제 가격은 올해 4월 11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생산국인 인도에서 엘니뇨 영향으로 사탕수수 흉작이 우려되면서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콩은 서아프리카 지역의 호우 영향으로 최대 생산국 코트디부아르의 작황 부진이 우려돼 지난달 46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커피콩도 사정은 비슷하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품종인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지난 5월 15년 만의 최고 기록을 썼다. 피치솔루션 산하 리서치 부서인 BMI는 5월 보고서에서 "3분기 엘니뇨에 따른 강우량 부족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커피콩 생산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엘니뇨 발생 때에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공급 부족으로 전 세계 로부스타 생산량이 1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

동남아시아에선 강우량 부족에 쌀 공급 감소도 우려된다. 세계 주요 쌀 수출국인 태국의 경우 올해와 내년 쌀 생산량이 4%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흉작 우려에 수입업자들이 재고 비축에 나서면서 쌀 가격의 국제지표가 되는 태국산 쌀 수출가격은 지난달 톤(t)당 535달러(약 68만원)를 기록해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밀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6위 밀 수출국인 호주는 엘니뇨 영향으로 밀 수확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주 당국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밀 수출량이 29%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공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리브유 역시 세계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 남부의 폭염과 가뭄으로 가격이 1㎏당 7유로(약 1만원)를 넘으며 역대 최고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세계 올리브유의 거의 절반을 공급하는 스페인이 지난해 최악의 가뭄과 폭염과 씨름하면서 올리브 수확량이 급감했다. 수확철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올리브 수확량은 68만t으로 1년 전 150만t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가격 상승은 농작물에 그치지 않는다. 페루 앞바다의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양식어 사료의 주된 재료로 사용되는 멸치 어획량이 급감, 양식어 사료 가격이 2015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사료 가격 폭등은 양식장 어민들의 경영난을 심화시켜 공급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기후 변화가 식품 가격을 밀어올리면서 둔화 추세를 이어가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이상 기후는 흉작을 초래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생산성을 저하시켜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식량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경우 저소득 국가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전망이다. 외화 부족으로 식량 수입이 어려워지면 식량 위기에 봉착할 위험이 있어서다. 안 그래도 동아프리카의 경우 올해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1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 농업 생산이 직격탄을 맞았다. 유엔은 극심한 식량 불안이 분쟁과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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