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끝났는데… 65%가 돈 빼먹는 ‘좀비 조합’
인건비·운영비 매달 수백씩 챙겨
서울 성동구의 한 재개발 아파트는 2016년 입주를 마쳤지만, 이 아파트 재개발 조합은 7년이 넘도록 청산을 안 하고 있다. 건설사 등과 하자 소송이 남아 있다는 게 조합의 입장이지만, 매달 조합장 등의 인건비 980만원, 조합 운영비 600만원이 조합비에서 빠져 나가고 있다. 한 조합원은 “조합은 소송을 법무법인에 맡겨 놓고 가만히 앉아 월급만 받는 것 같다”며 “소송이 길어질수록 유리하니 굳이 빨리 끝낼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입주가 끝나 해산한 전국 387개 재건축·재개발 조합 중 최종 청산되지 않은 조합은 65.4%(253개)로 집계됐다. 일부 조합장과 임원들이 월급을 계속 받기 위해 소송을 빌미로 청산을 지연시킨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합장 급여와 활동비를 포함해 조합 운영에 필요한 조합비는 일반 분양 등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충당한다. 보통 조합은 하자 소송 등에 대응하기 위해 많게는 수백억원 수준의 조합비를 쌓아 둔다.
원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끝나면, 조합은 1년 이내에 해산을 위한 총회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해산한다고 바로 조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은 조합비 정산과 세금·소송 등 잔여 사무까지 모두 마쳐야 조합이 최종 청산된다. 조합 해산에는 ‘소유권 이전 후 1년’이라는 기한이 있지만, 조합 청산에는 기한이 없다. 이 때문에 조합장들이 청산을 미루면서 자신의 월급을 챙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조합 해산 후 5년이 지났지만 청산이 안 된 조합도 전국 64곳(16.5%)에 달했다.
이런 편법을 쓸 수 있는 것은 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조합은 국토부와 지자체의 관리 감독을 받게 돼 있지만, ‘청산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법원 관할로 전환된다.
국토부와 지자체는 조합에 대해 현장 실태 조사를 벌여 조합 활동이 적절한지 확인한다. 법원은 청산 절차 개시나 종료 때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뿐, 실태 점검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장(청산인)이 남겨둔 유보금을 횡령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2020년에는 대구 수성구 황금주공 재건축 조합장이 2006년 입주가 끝난 뒤에도 청산을 미루며 조합 돈 7억6000여 만원을 횡령해 사용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문제가 잇따르자 최근 국회에선 조합 해산 이후 특별한 사유 없이 청산을 하지 않고, 임금이나 상여금을 장기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청산 조합을 국토부와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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