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펌 사건 회피하겠다는 권영준... '반쪽 대법관' 불가피

2023. 7. 1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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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17일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고 18일 다시 논의키로 했다.

권 후보자는 최근 5년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총 63건의 법률 의견서를 작성하고 로펌 7곳에서 18억 원(필요경비 공제 후 7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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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인청특위는 서경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다만 권영준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는 채택을 보류, 18일 재논의한다. 뉴스1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17일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고 18일 다시 논의키로 했다. 권 후보자는 최근 5년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총 63건의 법률 의견서를 작성하고 로펌 7곳에서 18억 원(필요경비 공제 후 7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지난 11일 인사청문회에서 권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송구스럽다”며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에서 정한 모든 신고 회피 신청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립대 교수가 로펌에 법률 의견서를 제공하고 건당 수천만 원씩 대가를 받아 교수 연봉보다 더 많은 수입을 거뒀다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 학문적 자유와 양심을 바탕으로 공익을 위해 힘써야 할 국립대 교수가 로펌이 대리하는 일방의 이익을 위해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했다는 점도 국민 정서상 납득이 어렵다. 관행이라 해도 한 달에 한 번꼴이라면 상시적 업무의 성격이 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리 업무를 금하고 있는 서울대설립운영에관한법이나, 변호사가 아니면서 이익을 받거나 약속하고 법률 관계 문서를 작성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는 변호사법 위반 소지도 없잖다.

권 후보자는 이해충돌 우려에 대해 최근 2년간 법률의견서를 제출했던 로펌들이 대리하는 모든 사건은 회피하겠다고 밝혔지만 중립성 훼손과 의심을 완전히 지우긴 힘들다. 더구나 우리나라 주요 대형 로펌의 사건을 모두 제외하면 실제로 권 후보자가 대법관이 돼 다룰 수 있는 사건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임기 6년 내내 그런 '반쪽 대법관'이 사법부에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직무를 수행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권 후보자로선 고민이 필요하다.

권 후보자는 63건의 법률의견서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는 요구에 비밀유지 조항 등을 들어 단 1건만 공개한 상태다. 그러나 비록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의혹을 해소하고 반쪽 대법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제한적 공개라도 해서 검증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공정성과 중립성, 독립성에 대한 의지와 자격을 스스로 증명하는 게 대법관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사회에도 기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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