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납치, 놀이터에도 지뢰… 尹 “우크라 아이들 보니 충격”

최경운 기자 2023. 7. 1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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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아동 지원 나선다
우크라 어린이의 한글 편지 읽는 尹대통령 - 1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 국립아동병원의 아동인권보호센터를 방문한 윤석열(맨 오른쪽) 대통령이 어린이들이 쓴 환영 편지를 읽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을 때 국립아동병원의 아동인권보호센터를 찾았다. 이곳엔 러시아군에 납치돼 러시아로 끌려갔다가 제3국을 통해 귀환한 어린이 380여 명이 치료받고 있다. 성적 학대 등으로 정신적 상처를 받은 어린이들을 보고 윤 대통령 부부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어린이에 대한 러시아의 중대한 인권 침해를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국내에 돌아와서도 “트라우마를 겪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 얼굴이 아른거린다”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17일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방문 때 발표한 인도적 지원 방안 중 하나로 아동 심리 치료 관련 재원과 프로그램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국립아동병원을 찾아 어린이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철수하면서 약 2만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납치해 러시아로 끌고 갔다. 이렇게 러시아로 납치됐다가 제3국을 통해 380여 명의 어린이가 우크라이나로 귀환, 아동인권보호센터에서 치료받고 있다. 어린이들은 납치된 뒤 러시아 군인들의 성적 학대를 받았고 러시아의 선전 도구로 활용돼, 우크라이나로 돌아온 뒤에도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린이들은 우크라이나인으로서의 정체성 지우기 교육도 강제로 받았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철수하면서 유치원 운동장, 어린이 놀이터에도 지뢰를 매설해 놓고 철수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뢰를 밟아 숨지거나 다치는 어린이도 속출하고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2만5000여 명의 민간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아동은 1624명(사망 532명, 부상 1092명)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측이 한국 측에 지뢰탐지·제거기 지원을 절박하게 요청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지뢰 탐지 강아지 스티커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 국립아동병원의 아동인권보호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손등에 우크라이나 지뢰 탐지 강아지 ‘파트론’ 스티커를 붙인 모습. /대통령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방문 당시 김건희 여사 손등에 한 어린이가 붙여준 스티커가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이 어린이가 김 여사에게 붙여준 스티커에는 놀이터에서 지뢰 탐지하는 강아지가 어린이들을 이끌고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고 한다. 동심에 자리 잡은 지뢰에 대한 공포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아동 심리 치료 지원은 단순한 아동 복지가 아닌 심각한 인권 사안”이라고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지난 16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아동 납치에 대해 “중대한 국제 인권 탄압이자 아동 인권 학대로 현재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러시아 지도자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했다. ICC는 러시아의 아동 납치를 중대 전쟁 범죄로 보고,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센터 방문에 동행한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은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본지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아동 납치를 언급하며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아동을 위해서라도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고, 러시아의 이런 전쟁 범죄에 대해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그러면서도 “전쟁 와중에도 새 생명이 작년보다 더 많이 태어났다”며 “전쟁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로 미숙아 출생이 50%나 증가했지만 그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했다. 남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대러 항전을 이끌고 있는 젤렌스카 여사는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남을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그리고 당연하게 여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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