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예능은 ‘안 먹혀요’…관건은 ‘재현’ 아닌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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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패션계를 위시한 대중문화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키워드는 Y2K(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세기말의 생활양식)다.
Mnet은 지난달부터는 유튜브 채널에서 과거 예능 프로그램들을 재편집해 공개하고 있다.
김교석 평론가는 "숏폼이나 미드폼에 익숙해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게 요즘 트렌드란 점을 고려할 때 '유랑단' 역시 1, 2화로 짧게 편성됐다면 화제가 더 됐을 것"이라면서 "최근 트렌드가 아닌 게스트에 의존하는 연출 등으로 재미가 반감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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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새로운 챕터' 유랑단마저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아쉬움 남겨
지난해부터 패션계를 위시한 대중문화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키워드는 Y2K(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세기말의 생활양식)다. 기성세대엔 익숙한 것들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사람들)엔 새롭게 느껴지는 걸 파고들며 떠오른 뉴 트렌드다. 예능계도 이 트렌드에 발맞춰 과거 인기 예능을 부활시키거나 추억의 스타를 앞세운 프로그램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에피소드식 토크에 옛날 예능 '재탕'은 안 끌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10년 만에 돌아와 지난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SBS '강심장 리그'. 그러나 반응은 냉랭하다. 첫 방송 이후 시청률 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호동과 이승기 조합을 내세워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연예인 에피소드 나열식 연출은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 썸네일을 떠올리게 하듯 '잘나가려던 브브걸 해체하려고 했다?', '영탁의 '찐이야'는 원래 내(김호중) 노래였다?' 같은 자극적인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예능계에서 Y2K를 재현하는 이유는 '검증된 포맷이 안전하다'는 방송가의 무한신뢰다. 하지만 고민 없이 재현할 경우 '재탕삼탕'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Mnet은 2000년대 화제 예능들을 리메이크하는 기획 '엠넷 리부트'를 19일부터 시작한다. 2006년 첫 방송된 연애 리얼리티 '아찔한 소개팅'이나 가수 DJ DOC의 정재용이 진행했던 차트 프로그램 '재용이의 더 순결한 19' 등을 진행자만 바꿔 내세우는 식이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Mnet은 지난달부터는 유튜브 채널에서 과거 예능 프로그램들을 재편집해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조회수는 1만 회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별다른 고민 없이 '레트로하다', '(추억이 생각나) 반갑다'는 감성만으로 과거 부침을 겪은 포맷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흐름이 아쉽다"고 평했다.
'유랑단' 언니들이 레트로의 새 의미 보여주나 했지만…아쉬움도
레트로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건 단순 반복이 아닌 재해석 방식이라는 게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런 관점에서 tvN '댄스가수 유랑단'은 말 그대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경력 총합 129년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단순히 추억팔이를 하는 게 아니라 '언니'들의 새로운 챕터를 보여 줬기 때문. 1993년 데뷔한 베테랑 엄정화가 자신의 드라마 첫 방송을 앞두고 초조해하는 모습이나 "예전, 무대가 끝난 뒤 단 한번도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고백하는 김완선의 모습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장면이다. 제작진은 본보에 "무대 위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무대 뒤 사람으로서의 솔직하게 교감하는 모습이 시청자에게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연대감을 만들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황진미 평론가는 "이들이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해 나온, 박제된 상태로 있는 여성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연출자인 김태호 PD의 전작 MBC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를 중심으로 꾸려졌던 그룹 '환불원정대' 등이 떠오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진행된 서울 공연에선 진행이 미흡했고 유랑단 멤버들의 곡 수가 너무 적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청률 3~4%대를 오가며 순항하는 듯 보이지만, 연출이 아티스트들의 매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교석 평론가는 "숏폼이나 미드폼에 익숙해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게 요즘 트렌드란 점을 고려할 때 '유랑단' 역시 1, 2화로 짧게 편성됐다면 화제가 더 됐을 것"이라면서 "최근 트렌드가 아닌 게스트에 의존하는 연출 등으로 재미가 반감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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