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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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까지 더하면 북한은 윤석열 정부 들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위반하고 33회, 78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자행한 것이다.
미국은 그해 10월 주요7개국(G7)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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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총 32회, 최소 77발.
지난해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17일까지 1년 2개월 7일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횟수다. 지난 5월 31일 이른바 ‘우주발사체’라며 발사한 천리마-1형은 그나마 제외한 것이다.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까지 더하면 북한은 윤석열 정부 들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위반하고 33회, 78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자행한 것이다.
지난 12일 북한은 동해상으로 화성-18형 ICBM을 발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이었던 윤 대통령은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미사일과 관련해 의례적으로 해 왔던 출입기자단 대상 백브리핑을 건너뛰었다. ‘말할 게 없어서 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알려졌다. 누군가는 설명했어야 했지만 입을 닫은 셈이다. 백브리핑 대신 일부 군 공보당국자들은 한 방산업체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질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의 도발에도 한가로운 태도를 보인 것은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윤 정부 들어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수는 문재인 정부 5년간(67발)보다도 많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불과 1년 2개월여 지난 만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윤 정부 5년 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300여 발에 달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던 7차 핵실험은 언제부터인가 근심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전에도 그랬다. 2021년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병력을 배치하면서 ‘훈련’이라고 줄곧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해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단일성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칼럼을 공개했다. 미국은 그해 10월 주요7개국(G7)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전쟁 가능성에 고개를 끄덕였던 국가는 일부뿐이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던 역사를 잊고 러시아의 선전전이라고만 생각했던 셈이다. 오판의 결과는 참혹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4일 담화에서 “우리의 신형 ICBM 발사를 시비질할 하등의 명분도 없다”며 “조선반도에서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사상 초유의 핵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그 책임은 미국의 편역을 들면서 우리 국가의 정당방위권 행사를 무작정 결박하려 든 유엔 안보리가 지게 될 것”이라고 핵전쟁을 위협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6일(현지시간) “북한이 ICBM 역량과 관련해 또 다른 핵실험에 나선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강원 원산에서 울릉도 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휴전 이후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영해 인근에 떨어진 첫 미사일이다. 다행히 울릉도는 피격되지 않았지만 울릉도 주민들은 난데없는 공습경보 발령에 떨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사일이 우리 머리 위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물지 ‘않는’ 개는 없다. 물지 ‘않은’ 개가 있을 뿐.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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