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라를 지하차도로 밀어 넣어” 김의겸 발언 파문

김경화 기자 2023. 7. 18.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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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빗대 ‘우크라 방문’ 비판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데 대해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넣는 행위”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 오송읍의 궁평지하차도는 이번 수해로 이날까지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아직 수색이 진행 중인 곳이다. 참사 현장을 대통령 공격을 위한 비유 대상으로 활용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의 대러시아 정책 위험성을 강조하려는 마음이 앞서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유가족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러시아를 적대한 것” “미국 대통령 흉내”라며 맹비난했다. 여당에선 “6·25 전쟁 때 다른 나라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면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국방위·외교통일위·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재난 상황에 보이지 않던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갑자기 나타난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이 러시아를 적으로 몰아세워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위 소속인 김의겸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는 러시아와 중국의 총구가 태평양 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그 총구가 우리나라를 향하지 말란 법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마치 범람하는 강과 같다”면서, ‘수해 참사’에 이번 정상 외교를 빗댔다.

이날 민주당 국방위·외통위·정보위 소속 29명이 낸 공동 성명서에는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도 이름을 올렸다. 성명에는 “(6·25 때) 소련을 구성했던 우크라이나가 우리에게 아픔과 상흔을 남겼다”는 내용도 담겼다. 당시 소련에 병합돼있던 우크라이나도 6·25 남침 사주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 같은 논리라면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도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의 책임이 있다는 말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얼치기 이념 외교와 터무니없는 미국 대통령 흉내”라고 비판했고,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무리한 방문” “괜한 방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우크라이나에 연대하는 건) 역설적으로 전쟁 이니셔티브에 동참한다는 뜻”이라며 “결코 우리 국익 차원에서 도움이 안 된다. 잃는 게 훨씬 많다”고 말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상희 의원은 “나토 회의에 참석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나토가 우리를 지켜주나”라고 했다.

민주당의 주장은 중국 관영 매체의 비판과 겹치는 측면이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 속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 편에 완전히 섰다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한·러 관계가 악화할 것” “중국과의 관계도 긴장될 수 있다”고 에둘러 경고했다. 나토 30개 회원국 중 11개국이 6·25 전쟁에 참전해 병력과 의료 물자 등을 지원했었다.

민주당은 국내에 집중호우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 대통령이 귀국을 늦춘 것이 ‘컨트럴타워 공백’ 사태를 만들었다고도 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최근 12년 내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났고 일기예보로 예정됐는데 대통령과 여당 대표, 주무 장관 전부 자리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국가가 없다는 걸 이재민들이 실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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