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뒤죽박죽 '김건희 라인' 터널·교량…"1km마다 교량 설치?"

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 2023. 7. 1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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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면안, 터널 9개·교량 15개→터널 19개·교량 26개
강상면안이 양서면안보다 교량·터널 수 훨씬 많아
"1km마다 교량, 1.5km마다 터널 설치해야…납득 어려워"
진성준 "함량 미달 보고서로 국책사업 추진…심각한 문제"
국토부 "환경평가는 초안부터 시작…조작 이유 없어"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서울-양평고속도로의 강상면 종점안(국토부안)에 설치되는 교량과 터널 수가 조사 때마다 크게 바뀌어 신뢰성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교량과 터널은 경제성과 환경성을 평가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강상면안의 적합성을 부각하기 위해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안 노선 터널, 교량 수…조사 때마다 '들쭉날쭉'

 
대안1, 대안2 터널·교량 비교표. 진성준 의원실 제공

18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지난 2월 6일 발표한 서울-양평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를 통해 대안1(강상면 종점안/변경안)과 대안2(양서면 종점안/예타안)을 비교했다.

대안1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은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가 지난해 5월 19일 처음으로 국토부에 제안한 변경안이다. 반면 대안2는 지난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당초안이다.

당시 국토부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가 몰려 있어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강상면안을 대안1로, 당초안인 양서면안을 대안2로 표기했다.

전략환경평가 준비서에 명시된 기존 노선(대안1)과 대안 노선(대안2)의 터널, 교량 숫자. 국토부 제공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평가 준비서 표를 보면, 강상면안의 터널과 교량은 각각 9개, 15개로 명시돼 있다. 양서면안의 터널은 16개, 교량은 15개다.

특히 터널과 교량은 일반 도로보다 설치 비용이 많이 들어 수가 늘어날수록 경제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또 원형의 하천과 산지를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국토부의 평가 준비서만 본다면, 예타를 통과한 양서면안은 강상면안보다 터널을 7개 더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과 환경성이 떨어진다.  

평가서 초안. 국토부 제공


하지만 지난 6월 공개된 전락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는 양서면안의 터널과 교량 수는 이전과 동일했으나 강상면안의 교량 수는 15개에서 26개로 11개나 늘어났고, 터널 수도 9개에서 19개로 10개 증가했다.

기존 노선보다 경제성과 환경성이 뛰어난 줄 알았던 강상면안이 오히려 교량과 터널을 훨씬 더 많이 건설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로설계 전문가는 "준비서에는 대략적인 수치를 담긴 하지만, 이 정도의 차이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마치 전혀 다른 노선의 터널과 교량 수치를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서에 나와 있는 수치대로라면 강상면안(총연장 29km)은 약 1km 지점마다 교량을 설치하고, 1.5km마다 터널을 설치해야 한다"며 "이는 정비가 되지 않은 산지에 고속도로를 개통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의도적 조작 의혹에 국토부 "노선 변경 영향, 조작 이유 없어"

 
평가서 초안에 나온 평면도. 국토부 제공

국토부는 각 자료에 터널과 교량 수를 표로 만들고 지도에도 이를 지점별로 표시해 놨는데, 이마저도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준비서를 보면 표에는 15개로 표시된 양서면안의 교량은 평면도 상에는 11개로 줄어든다. 또 터널은 16개(표)에서 12개(평면도)로 줄었다. 반면, 강상면안의 터널과 교량은 표와 평면도 상에서 모두 동일했다.  

또 평가서 초안에서 표에는 26개였던 강상면안의 교량 수는 평면도에서 12개로 14개나 줄고, 터널은 19개로 같았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강상면안이 양서면안보다 경제성과 환경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치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성준 의원은 "2가지 노선의 터널과 교량 수가 자료마다 들쭉날쭉 일관성 없이 달라졌다"며 "결국 양서면안의 터널이나 교량 수를 부풀리는 방식을 통해 강상면안이 최종 확정되는 결과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서술되어 있는 노선별 터널, 교량의 수가 평면도와 일치하지 않는 문제점도 드러났다"며 "이렇게 졸속으로 만든 함량 미달의 보고서로 국책사업을 추진했다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국토부는 그러나 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기도 광주시 의견을 반영해 광주 구간 노선 일부를 변경하면서 터널, 교량이 추가됐다"며 "수가 바뀌었을 뿐이지 총 연장을 고려하면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또 표와 평면도의 수치가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시인성(모양이나 색이 눈에 쉽게 띄는 성질)을 위해 평면도에는 일부 터널과 교량을 표시하지 않았다"며 "정확한 수를 확인하려면 표를 참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환경 평가는 초안부터 시작"이라며 "대안 노선의 우수성을 부각하기 위해 준비 단계부터 수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은 환경 평가 절차를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의혹 제기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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