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안되면 태클로 쓰러뜨려”
한국말로 소통… 스피드 강조
“세계 여자 축구는 ‘스피드’ 중심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강팀은 수비, 중원, 공격수 포지션에 관계없이 모두 발 빠른 선수로 채워지고 있어요.”
콜린 벨(62)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 감독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스피드, 적극성”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영국인 벨 감독은 여자 대표팀 최초 외국인 사령탑. 2019년 부임 때부터 꾸준히 한국어를 익혔다. “훈련, 미팅에서 최대한 한국어를 쓰려 한다”고 말할 정도로 소통·친밀감을 강조한다.
그가 좋아하는 한국 단어는 ‘고강도’ ‘빨리빨리’ 등. 스프린트(단거리 전력 질주) 훈련을 반복해 선수들 땀을 쏙 빼놓는다. 후반전에서도 빠르게 회복해 속도를 낼 수 있는 체력을 갖는 데 방점이 있다. 이번 2023 FIFA(국제축구연맹)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 나서는 23명은 벨 감독의 지옥 훈련을 통과한 이들이다.
벨 감독은 선수 시절 레스터 시티(잉글랜드), 마인츠(독일) 등을 거쳐 1989년 은퇴, 그해 바로 지도자로 변신해 남녀 팀을 두루 지도했다. 2015년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이끌어 유럽 여자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고, 아일랜드 여자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벨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찾아 한국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한국은 기술적으로 빼어난 팀. 꼭 지도해보고 싶었다”며 “지도자로서 많은 걸 이뤘고 은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월드컵 출전은 내게 하이라이트”라고 했다. 벨 감독이 선수·감독 경력을 통틀어 월드컵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강온(強穩) 양면 감독.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호통을 친다. 2월 잉글랜드에서 열린 4국 친선 경기 ‘아널드 클라크컵’에서 한국이 밀리자 “몸으로 안 되면 태클로 쓰러뜨리는 투지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벼락같이 화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훈련에선 밝은 미소로 한국어를 많이 써 선수의 이해를 돕고, 개개인 특성 파악이 빨라 맞춤형 지도를 하는 등 세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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