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 일냈던 소녀들 총출동… ‘라스트 댄스’
독일·콜롬비아·모로코와 한 조
2010년은 한국 여자 축구 최고의 해였다. 9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U-17(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 나선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나이지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누르고 결승에서 일본을 승부차기 접전 끝에 이겨 정상에 올랐다. 한국 축구 역사상 유일한 FIFA 대회 우승을 소녀들이 일궈낸 것이다. 앞서 7~8월에도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3위라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이 연령대에 좋은 선수들이 밀집해 있었다는 얘기다. 당시 U-20 월드컵 대표였던 지소연(32·수원FC)은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 발랄한 춤을 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함께했던 임선주와 김혜리(이상 33·인천현대제철) 역시 그 뒤 국가대표로 꾸준히 활약,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한 베테랑이다. U-17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 장슬기(29·인천현대제철), 팀 동료 이금민(29·브라이턴)도 대표팀 주축으로 지금까지 각각 A매치 90경기, 81경기를 치렀다.
이른바 이들 여자 축구 ‘황금세대들’이 오는 20일 호주·뉴질랜드에서 개막하는 ‘2023 FIFA 여자 월드컵’에 다시 나선다. 나이로 보아 전성기로 맞는 마지막 무대일 가능성이 높다. 선배인 180㎝ 장신 스트라이커 박은선(37·서울시청), 공수 조율이 탁월한 해외파 미드필더 조소현(35·토트넘)과 힘을 합쳐 화려한 라스트 댄스(Last Dance)를 준비하고 있다.
당연히 1차 목표는 16강. 지금까지 여자 월드컵은 1991년 이후 8번 열렸는데, 한국은 3회 출전(2003·2015·2019)에 1번(2015년)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2019년엔 조별리그 3전 전패를 기록했다. 현재 한국 여자 축구 FIFA 랭킹은 17위. 같은 H조에 속한 콜롬비아(25위)나 모로코(72위)보단 앞서고 독일(2위)에는 한참 뒤진다. 다만 여자 축구는 남자에 비해 A매치가 적어 실제 전력과 랭킹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 콜롬비아와 모로코가 랭킹이 낮다고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일단 25일 콜롬비아와 30일 모로코를 잡고 편안히 8월 3일 독일을 대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대회는 32국이 참가, 조 2위까지 확보해야 16강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한국은 2022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기세가 나쁘지 않다. 당시 호주(10위), 일본(11위), 중국(14위) 등 틈바구니에서 2위를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잉글랜드에서 열린 친선 대회 ‘아널드 클라크컵’에서는 잉글랜드(4위), 이탈리아(16위), 벨기에(19위)에 모두 졌다. 선수들이 빠른 유럽 축구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지소연이 “벨기에, 이탈리아를 상대로 1골씩 넣은 게 고무적”이라고 말할 정도다.
악조건을 뒤집을 열쇠는 ‘고강도’다. 콜린 벨 대표팀 감독은 강호를 상대로 후반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강조한다. 이에 스프린트(단거리 전력 질주) 훈련 등을 많이 거쳤다. 지난 8일 아이티(53위)와 평가전에서도 후반 왕성한 활동량을 통해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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