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윤성빈, 몸짱 비결은… “빠른 변화 바라기보다 꾸준히 운동해야” [파워인터뷰]
“나는 그냥 동물이야. 근데 얘는 괴물이야.”
유도 국가대표 출신 종합격투기 선수 추성훈(48)이 올 초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아이언맨’ 윤성빈(29)에 대해서 한 말이다. 평생 운동을 하며 살아왔고, 각종 방송을 통해 수많은 스포츠인들을 겪었던 추성훈에게도 윤성빈은 그렇게 특별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켈레톤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썰매 종목 금메달을 딴 윤성빈은 요즘 ‘건강의 아이콘’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스켈레톤 슈트 속에 감춰져 있던 그의 탄탄한 육체는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단순히 몸만 좋은 게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물론이고 엘리트 선수들도 범접하기 힘든 운동 능력까지 갖췄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그는 요즘 인기 유튜버이자 방송인으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진정한 피지컬이란 무엇인가’를 말이 아닌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윤성빈을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튜브 채널 ‘아이언빈’을 개설한 지 1년이 좀 넘었는데 57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생겼다.
“선수 때 잘 보여드리지 못한 ‘윤성빈’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유튜브를 시작했다. 딱히 인기를 얻으려고 한 건 아닌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선수 때는 경기하는 모습이 내가 보여드릴 수 있는 전부였다. 요즘은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감춰져 있던 저의 본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무척 재미있다.”
―웃통을 벗고 멋진 몸매를 과시하는 장면이 꽤 있던데….
“사실 벗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데 아무래도 운동하는 모습 촬영을 많이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함께 촬영하는 PD가 요청할 때도 있고, 구독자분들이 좋아해 주시기도 하니까(웃음). 개인적으로는 벗은 몸을 딱히 드러내고 싶진 않다.”
―은퇴하고도 여전히 운동으로 시작해 운동으로 마무리하는 하루를 사는 것 같다.
“방송이나 유튜브 촬영이 없는 때는 매일 똑같은 루틴대로 지낸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낮 12시쯤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두 시간가량 운동을 한다. 주 6일 헬스를 하는데 월요일엔 가슴과 삼두, 화요일에 등과 이두, 수요일엔 하체와 어깨를 중심으로 운동한다. 목~토요일엔 월~수요일에 했던 걸 반복한다. 일요일엔 예전 동네 친구들과 모여 축구를 한다. 요즘엔 골프에도 재미를 들여 골프 연습장도 꾸준히 간다.”
―“힘들다”, “운동하러 가기 싫다”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하더라.
“선수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하러 가는 건 싫은데 하고 나면 정말 개운하다. 운동을 쉬면 잠시 기분이 좋을지 몰라도 금방 후회하게 된다. 하기 싫은 걸 이기고 견뎌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운동 자체를 워낙 좋아했다. 헬스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도 다 좋아한다.”
―선수 때 했던 운동과 일반인이 된 지금 하는 운동은 어떻게 다른가.
“요즘 하는 웨이트트레이닝 위주의 운동이 딱히 힘들진 않다. 그냥 무거운 기구 좀 드는 정도니까. 선수 때는 정말 힘들었다. 순간적인 스피드를 내기 위한 전력 질주 같은 운동을 많이 했다. 매일매일 ‘오늘만 버티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올 초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100’ 통해 ‘건강의 아이콘’이 됐다. 주변에서 많이 알아봐 주시나.
“그렇다. 스켈레톤을 했을 땐 올림픽 때 보여드린 게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분들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본다. 많이들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렇다고 딱히 그 프로그램을 위해 운동을 더 열심히 했거나, 건강한 이미지를 만들고자 한 건 아니다. 운동은 그냥 내겐 생활이나 마찬가지다.”
―‘헬창’(헬스를 통해 몸 불리기에 열중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3대 500’(스쾃,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중량을 합쳐 500kg의 무게를 드는 것)이 유행인데….
“저는 진짜로 그런 것들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해본 적이 있긴 하다. 잘 기억도 안 나지만 스쾃 240kg, 데드리프트 230kg, 벤치프레스 150kg 정도 들었던 것 같다. 620kg 내외였던 것 같다.”
―무게가 아니면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운동을 하나.
“오늘도 할 일을 했다는 자기만족이다. 그리고 몸의 변화다. 선수 때만 해도 객관적으로 좋은 몸은 아니었다. 스켈레톤은 하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상체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하체만 집중적으로 했다. 은퇴 후 본격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지 이제 1년이 좀 넘었는데 이제는 상하체 균형이 좀 맞는 것 같다. 시각적으로도 확연히 좋아졌다.”
―해외나 지방 촬영을 갈 때도 운동을 거르지 않나.
“해외나 지방을 갈 때 숙소에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이 갖춰져 있는가를 가장 우선적으로 알아본다. 꽤 이름 있는 호텔인데도 의외로 시설이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곳도 있다. 정 안 되면 못하는 거지만 가능한 한 운동은 거르지 않고 하려고 한다.”
―각종 프로그램에 나와 남다른 운동 신경을 자랑했다. 다양한 종목을 접하며 재밌었거나 어려웠던 운동이 있었나.
“의외로 수영이 너무 재미있었다. 레슬링도 당하니까 재미있었다. 상대방이 안 아프게 잘해 주셨던 것 같다. 롤러스케이팅은 많이 어려웠다. 그리고 스포츠 클라이밍도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 몸무게를 버텨야 하는 종목들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른 은퇴가 아쉽지는 않나.
“썰매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맞다. 금메달을 땄을 땐 정말 좋았다. 하지만 그건 모두 흘러간 과거다. 사실 평창이 끝나고 은퇴하고 싶었다. 남은 인생에서 다른 걸 경험해 보고 싶었다. 어쩌다 보니 2022 베이징까지 했지만(12위로 마감) 자연스럽게 썰매에서 떠나게 됐다. 몸이 힘든 건 괜찮은데 정신적으로 힘든 건 회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후배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는 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유튜버이자 방송인으로 살고 있는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나.
“크게 스트레스 받는 게 없으니까 좋다. 선수 때는 누군가와 경쟁해서 이겨야 했다. 축구하는 걸 좋아하는데 선수 때는 축구를 하면서도 ‘다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먼저 했다. 지금은 ‘다치면 다치는 거지’라는 생각이다. 사소한 데서 오는 느끼는 행복감이 크다.”
―‘몸짱’ 윤성빈의 모습을 보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해지길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운동 팁을 주자면….
“많은 사람들이 빠른 시간 안에 뭔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게 정답이다. 뻔한 말이지만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뭐든 꾸준히 하면 결과물이 나온다. 하루 이틀 운동하고 거울을 들여다볼 게 아니다. 시작할 때부터 멀리 보고 꾸준히 운동하면 자신도 모르게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쉽게 오는 건 쉽게 가기 마련이다.”
―식단 조절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딱히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편이다. 탄산음료나 튀김도 다 먹는다. 먹는 만큼 운동하면 된다. 다만 주중에는 패스트푸드는 잘 먹지 않는다. 치팅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패스트푸드는 일요일에만 먹는 편이다. 그리고 단백질이 많은 닭가슴살을 꾸준히 섭취한다. 맛으로 먹는 건 아니지만 근육을 만드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친구들과 어울릴 땐 주로 어떤 것들을 하나.
“나라는 사람 자체가 유흥이나 노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클럽도 가본 적이 없다. 흡연은 하지 않는다. 술은 1년에 한 번 정도 어쩔 수 없을 때 마시는데 그래 봐야 맥주 한 캔 정도다. 술은 칼로리가 있고 술을 마시면 안주도 먹게 되니까 피하게 된다. 그냥 집에서 쉬거나 친구들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한다.”
―딱히 재미있어 보이진 않는데….
“스스로도 참 재미없게 산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데 내 주변에는 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뿐이다.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저 같은 사람은 운동하고 축구하면서 푼다. 이렇게 재미없게 사는 게 재미있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내줘야 한다. 운동으로 건강을 얻으려면 술을 포기해야 한다. 술도 먹고, 건강도 지킨다? 그건 욕심이다.”
―앞으로의 인생은 어떻게 살 계획인가.
“아마 내년 이맘때도 지금처럼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보디빌딩 대회를 나가 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다시 경쟁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일반인 중에도 정말 몸이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난 그럭저럭 몸이 괜찮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 지금처럼 걱정 없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살고 싶다.”
윤성빈 |
△1994년 경남 남해 출생 △남서울중-신림고-한국체대 △2012년 스켈레톤 입문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16위 △2016년 2월 IBSF 월드컵 7차 대회 금메달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12위 △2022년 5월 유튜브 채널 ‘아이언빈’ 개설 △2023년 넷플릭스 ‘피지컬100’ 출연 |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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