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알카라스 새로운 테니스 황제 등극

박강현 기자 2023. 7.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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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2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더 높이 가줄게 -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16일(현지 시각)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20년 넘게 윔블던을 독식해온 ‘빅4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AFP 연합뉴스

황제가 되려면 즉위식이 필요하다. 테니스 황제 즉위식은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중 윔블던 센터코트가 제격이다. 최고(最高) 권위와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윔블던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전이 열린 16일(현지 시각) 카를로스 알카라스(20·스페인·세계 1위)가 혈투 끝에 열여섯 살 많은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2위)를 세트스코어 3대2(1-6 7-6<8-6> 6-1 3-6 6-4)로 누르고 황제 대관식을 치렀다. 4시간 42분 만에 생애 첫 윔블던 우승을 확정하자 알카라스는 라켓을 떨어뜨리고 그대로 코트에 엎드려 감격했다. 이후 조코비치와 악수한 뒤엔 포효했고, 관중석으로 달려가 가족과 코치진 품에 안겼다.

세대교체의 신호탄 - 카를로스 알카라스(왼쪽)가 1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오른쪽)를 누르고 우승한 후 코트에 누워 감격하고 있다. 작년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일군 알카라스는 또 한 번 메이저 정상에 올랐다. /로이터 뉴스1

윔블던에서 새로운 황제가 즉위하며 새 시대가 열린 순간이었다. 2018년에 프로 데뷔한 알카라스는 이번 우승으로 2003년부터 20년 이어져온 남자 테니스 ‘빅4(big four)’ 윔블던 ‘독식’에 마침표를 찍었다. 빅4는 로저 페더러(42·스위스·은퇴), 라파엘 나달(37·스페인·140위), 조코비치, 앤디 머리(36·영국·41위)로 이들은 2003년부터 2022년까지 윔블던 우승을 나눠 차지하는 등 세계 테니스계를 지배해 왔다. 윔블던에서 페더러가 8번, 조코비치가 7번, 나달과 머리가 2번씩 정상에 올랐다. 특히 조코비치는 2013년 이후 단 한 번도 윔블던 결승전에서 패한 적이 없다.

‘빅4′ 장기 독재에 다소 식상해하던 테니스계는 흥분하는 분위기다. 2003년생인 알카라스는 지난해 US오픈에서 10대에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한 다음 연말엔 역대 최연소로 연말 세계 1위를 기록하면서 새 시대 개막을 알렸다. US오픈 결승 상대는 카스페르 루드(25·노르웨이·4위). ‘빅 4′와 결승에서 마주친 건 이번 윔블던이 처음이었다.

알카라스는 특유의 까다로운 톱 스핀을 가미한 스트로크, 모든 공을 받아내겠다는 일념으로 뛰어다니는 풋워크와 능숙한 드롭샷 등을 겸비했다. 잔디구장에 약한 게 유일한 약점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대회로 그마저 떨쳐냈다. 알카라스는 “이제 나는 잔디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경기 전만 해도 알카라스가 ‘황제’ 조코비치를 꺾는 건 아직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전문가들 대부분이 조코비치가 이길 거라고 예측했다. 지난달 열린 프랑스오픈 4강전만 해도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에 1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알카라스는 세트스코어 1-1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근육 경련 탓에 3~4세트를 내리 내줬다. 알카라스와 스태프는 근육 경련 이유를 긴장감으로 판단하고, 이번 대회를 앞두고 3년 전 도움을 받았던 심리학자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멘탈을 다잡았다

알카라스는 조코비치를 넘고서 승리 원동력으로도 멘탈 관리를 꼽았다. 알카라스는 “프랑스오픈 4강전에서 진 순간부터 많은 걸 배웠다. 정신적으로 다르게 준비하면서 압박감을 갖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었다. 5세트 내내 버틸 수 있었던 건 정신적인 부분 덕분이었다”고 전했다.

조코비치는 “알카라스는 우리가 오랜 기간 나달을 통해 봤던 놀라운 수비력과 이른바 ‘스페인의 황소 정신’을 지니고 있다”며 “페더러, 나달, 그리고 내가 지닌 장점을 모두 갖췄다. 그야말로 완벽한 선수”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16일(현지 시각)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노바크 조코비치를 물리치고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알카라스는 “조코비치가 그렇게 말했다니 놀랍다. 그래도 조코비치 말이니 아마 맞을 것”이라며 웃은 뒤 “다만 나는 그저 온전한 알카라스”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조코비치는 내겐 영감(靈感·inspiration) 그 자체다. 그의 경기를 보며 성장해왔다”면서 “10년간 윔블던 센터코트에서 무패였던 조코비치를 꺾은 사람이 나라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다. 20세에 내가 이런 자리에 있을 줄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마드리드 오픈에서 조코비치를 2대1로 꺾으면서 본격 성장 가도를 달린 알카라스는 이제 맞대결 전적에서 조코비치에게 2승 1패로 앞서게 됐다.

알카라스는 이번 우승으로 올 시즌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이상급 대회에서 6차례 정상에 올라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다닐 메드베데프(27·러시아·5회)다. 다음 시험대는 8월 28일 개막하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 US오픈이다. 알카라스는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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