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이젠 속도가 필요한 지방시대 실현

강춘진 기자 2023. 7.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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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기대 속 활동 시작…교육개혁 등 핵심 사안은 뒤로 밀려 우려 시선 교차
더 늦춰선 안 될 국가 과제, 과단성 있는 행보 보여야

지난 10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닻을 올렸다. 종전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한 이 위원회는 외교·국방·법무부를 뺀 모든 부처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범정부 중심 체제로 전환해 추진하는 기구다.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위원회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겠다고 하니 환영할 만하다. 이를 위해 현 정부의 지방시대 관련 공약 정책 수립과 실행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반길 일이다. 반면 속도를 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 걱정이 앞선다.

논란이 됐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늦추는 문제를 위원회가 직접 나서 공식화했다. 위원회 사령탑 우동기 위원장이 지난 5일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은 내년 총선 이후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위원회 공식 출범 전에 첨예한 논쟁거리부터 일단 정리하고 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난 6월까지 밑그림이 정해지고, 늦어도 올 연말부터 본격 추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선 지방자치단체와 각 공공기관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갈등이 빚어지면서 계획대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에 출석해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당장은 어렵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를 지방시대 정책을 실행하는 조직이 뒷받침한 것이다.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 반발이 뻔한데도 2차 공공기관 이전 시기를 미룬 것에는 그만한 고충이 있어 보인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애초 알려진 360곳에서 500곳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일선 지자체 유치전이 과열되고, 해당 공공기관마다 내부 조직 반발도 고조됐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한 조치가 이전 계획 연기였다. 부산 13개, 울산 9개, 경남 11개 등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109개 공공기관이 배치된 혁신도시를 둔 각 지자체는 ‘집중 효과’를 주장하고, 혁신도시가 없는 곳에서는 인구 감소 지역 ‘우선 배정’으로 맞서고 있다. 지역 간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불가피했다. 수도권에서 밀려나기를 극도로 꺼리는 공공기관 구성원들 반발은 거셌다. 이들 기관 직원들이 내세우는 ‘삶의 권리’를 무조건 뭉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충분히 예견됐던 사안이다. 결국 갈등 조정과 지자체 간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한 정부를 대신해 위원회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을 뒤로 미루는 악역을 맡은 꼴이다. 역설적인 현실이다.

우 위원장은 “총선 전에는 합리적으로 공공기관 이전 정책 결정을 할 수 없고 여야 정치권도 이를 피하려 한다”고 밝혔다. 선거 전에 민감한 이슈를 건드려 논란만 더 키우기보다는 준비를 더 철저히 하는 것이 좋겠다고 국토부와 조율했다고 한다. 대통령 공약인 공공기관 이전 추진 일정에 차질이 생겼는데도 야당은 반박 성명 하나 내놓지 않았다. 절박한 국가 과제인 ‘지방시대 실현’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관심사에서 뒷전으로 밀려 있다는 반증이다.

위원회는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투자·이전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세제지원과 규제특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회발전특구’를 잘 활용한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는 9월 ‘지방시대 비전’ 선포식에서 세부 지원 내용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특별법 입법 과정에서 ‘교육자유특구’가 삭제되면서 한계를 안고 출범했다.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가 교육 문제다. 당연히 지방시대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교육 분야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올바른 방향 설정이었다. 실제 지방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이 그곳의 좋은 대학에 입학해 정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교육개혁은 무엇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명문고 부활’과 ‘학교 서열화’를 우려한다는 교육계와 야당 반발로 제동이 걸리자 위원회는 교육 부문은 추후 과제로 남기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위원회는 지난해 연말 출범하기로 했다. 여야 정치적 셈법과 각종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예정보다 반 년 이상 지나 출발선에 겨우 설 수 있었다. 내년 총선 후 바뀐 정국 상황에 또 어떤 걸림돌이 불거질지 모른다. 이를 탓하고 따지면서 세월을 허송해서는 안 될 일이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이대로 두다간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진다. 여야 정쟁 대상도 아니다. 눈앞의 실익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지방의 열린 자세도 중요하다.


이제는 위원회의 과단성 있는 행보가 필요할 때다. 지역 간 갈등 구조와 정치적 논란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 전체를 도약시키는 시대적 사명에만 충실하겠다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우선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고 교육개혁 등 지방이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동력을 확대재생산해나가야 하겠다. 속도감 있는 정책 실행이 관건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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