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중국, 함께 오래 살아가야 할 이웃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2023. 7.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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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부산차이나비즈니스 포럼 회장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한 책상에 의자 두 개를 배치하고, 두 학생이 책상을 반반씩 나누어 사용하면서, 짝지 간에 책상 사용 면적을 두고 끊임없는 갈등과 다툼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지나면 초등학교 짝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기도 한다. 짝지와의 갈등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듯이, 우리나라와 수천 년을 함께한 가까운 이웃, 중국과의 갈등과 다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난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양국의 인적·물적 교류와 협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은 G2로,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되는 기반을 다졌다. 더욱이 중국의 풍부한 농수산물은 마늘과 배추 등 각종 파동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중국산 공산품은 전 세계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글로벌 물가안정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중 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경제적으로 상호 큰 혜택을 주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그런데 한중 양국의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는 2016년 사드사태로 주춤하면서, 2018년 촉발된 미중 갈등으로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공급망의 재편으로 매년 수백억 달러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최근에는 빠르게 적자로 전환되면서 한중 양국의 경제적인 교류와 협력의 축소와 함께 사회전반적으로 반한, 반중 정서가 확산되면서 한중 양국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한중수교 이후 중국 칭다오에 부산공단을 조성할 정도로 대중 교류에 적극적이었던 부산이 대중국 경제교류와 협력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오랜 기간 구축된 인적·물적 네트워크가 삐걱거리면서 부산의 상공인이 고민에 차 있다. 이미 일부 기업은 중국을 벗어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등 대중국 투자를 축소하면서 한중 관계가 개선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또한 올해는 부산과 중국 상하이가 자매결연을 한 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두 도시의 상호 이해와 협력이 절실한 시기이다. 구체적으로 부산이 현재 전력투구하고 있는 월드엑스포를 상하이는 2010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으며, 상하이 금융중심지는 부산이 추진해 온 금융중심지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부산이 유치하려는 2030 월드엑스포는 인류의 미래를 선도하면서 동시에 부산 도약을 위한 대전환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그리고 에너지 대전환,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 이에 더하여 최빈국에서 대한민국과 부산이 일구어낸 기적은 인류가 지향해야 할 공통의 비전이면서 목표이다. 이것이 자매도시인 상하이의 경험과 지지가 절실한 이유이다. 중국 제1의 경제도시로 훌쩍 성장한 상하이의 푸동지역에는 다수의 외국금융기관과 빌딩의 현란한 조명이 상하이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데, 어두침침한 부산의 금융중심지는 쇠락한 부산을 보여주는 듯하여 안타까움이 앞선다. 부산이 추구하는 2030 엑스포와 금융중심지는 새로운 부산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부산·상하이 자매결연 30주년을 계기로 엑스포의 경험을 공유하고, 부산과 상하이의 금융중심지가 뉴욕과 런던 등 세계적 금융중심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도시 간 협력방안이 발굴되어야 할 것이다.


상하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는 한국인 여행객이 방문하는 필수적인 장소이다. 우리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중국은 아픔을 공유한 가깝고 좋은 이웃이었으며, 한중수교 이후 30여 년간 기적과 같은 인적·물적 교류와 협력은 양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초등학교 짝지는 한 학년이 지나면 헤어질 수 있지만, 이웃 국가는 지구의 종말이 오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는 운명과 같은 존재이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여 좋은 이웃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역시 소통이 답이다. 다양한 소통수단을 확보해 어색한 한중관계를 사이좋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이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소한 것부터 2030 엑스포와 두 도시의 금융협력, 나아가 미래세대를 위한 사랑과 관심에 이르기까지 소통으로 상호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한중 양국이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자매와 같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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