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의 제왕’ 조코비치 무너뜨렸다… 20세의 반란
빅4가 독점했던 윔블던 왕관 차지
5연패 저지 당한 조코비치 엄지척
“나와 페더러-나달 장점 모두 가져”
조코비치의 눈물 노바크 조코비치는 윔블던 34연승 행진이 중단되면서 한 해 모든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 기록 도전도 무산됐다. 런던=AP 뉴시스 |
알카라스는 38일 전인 지난달 9일 프랑스 오픈 4강에서 조코비치와 메이저대회 첫 맞대결을 벌여 1-3으로 패했다. 알카라스는 당시 전신 경련에 시달리면서 3, 4세트를 모두 1-6으로 내줬다. 알카라스는 “그렇게 긴장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알카라스는 이날도 34분 만에 1세트를 1-6으로 내줘 그날의 악몽이 재연되는 듯했다.
그러나 2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가져오면서 분위기를 바꿔 가기 시작했다. 이 경기 전까지 조코비치는 타이브레이크에서 15연승을 기록 중인 상태였다. 알카라스는 3세트 다섯 번째 게임에서도 13차례 듀스 끝에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는 집중력을 자랑했다. 알카라스는 “지금의 나는 프랑스 오픈 때와는 아예 다른 선수다. 많이 성장했다. 압박감이나 긴장을 이제 훨씬 잘 다룬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알카라스는 이날 경기 중간 선수 벤치에 앉을 때마다 자신의 우상인 라파엘 나달(37·스페인·136위)이 그러는 것처럼 생수병을 일렬로 세우면서 마음을 가다듬기도 했다.
경기 장소도 알카라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조코비치가 센터코트 최다 연승 기록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2013년 대회 결승에서 앤디 머리(36·영국·40위)에게 패한 뒤 이 코트에서 45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알카라스는 “10년 동안 여기서 진 적이 없는 선수를 이겼다는 게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조코비치를 이기는 걸 보고 젊은 세대 선수들도 자신들도 할 수 있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2·스위스·은퇴)가 2003년 윔블던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로 지난해까지 이 대회 남자 단식 챔피언은 늘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리 등 남자 테니스 ‘빅4’가 차지했다. 2003년 결승전 당시 알카라스는 태어난 지 62일밖에 되지 않은 갓난아이였다. 게다가 알카라스는 지난해까지 윔블던 같은 잔디 코트 대회에서 총 6경기(4승 2패)를 치른 경험밖에 없었던 선수다. 반면 조코비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역사상 페더러(86.9%) 다음으로 높은 잔디 코트 통산 승률(85.8%)을 기록 중인 선수였다.
잔디 코트에서 알카라스를 처음 상대한 조코비치는 “알카라스를 클레이, 하드 코트에서 만날 때만 까다로울 뿐 잔디 코트에서는 별로 어렵지 않을 줄 알았다”고 농담을 건넨 뒤 “적응력이 정말 엄청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계속해 “알카라스는 페더러, 나달 그리고 내 장점을 모두 합쳐 놓은 선수다. 빼어난 정신력과 놀라운 수비는 나달을 닮았다. 날카로운 백핸드 슬라이스는 나와 비슷한 점이 있다. 양손 백핸드는 내 오랜 강점이었는데 알카라스도 이 무기가 있다”며 “이런 선수는 본 적이 없다. 나달, 페더러도 단점이 있는데 알카라스는 완벽하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알카라스는 “조코비치가 그렇게 말했다니 놀랍다. 그래도 조코비치의 말이니 아마 맞을 것”이라며 웃은 뒤 “다만 나는 그저 온전한 알카라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마드리드 오픈에서 조코비치를 2-1로 꺾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알카라스는 맞대결 전적에서 조코비치에게 2승 1패로 앞서게 됐다.
조코비치는 “나를 위해서라도 (나와 알카라스의 신구 라이벌 구도가) 오래 이어지길 바란다”며 “아직 우리는 세 번밖에 맞붙지 않았고 세 경기 모두 치열했다. (다음 달 28일 개막하는) US 오픈에서도 맞대결이 성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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