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부작용을 한자로 써보면

김영호 한의사 2023. 7.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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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라는 직업 특성상 한자(漢字)와 한문(漢文)을 유심히 보게 된다.

한의원에서도 일상적이고 표준적인 치료를 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더 심해졌다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겼다는 분들이 가끔 있다.

더 심해진 그 순간의 결과만을 가지고 화를 내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면 알 수 없었겠지만, 치료해 준 한의사와 힘든 상황을 공유하고 시간을 두고 지켜보았다면 호전되기 전 일시적 부작용이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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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한의사

한의사라는 직업 특성상 한자(漢字)와 한문(漢文)을 유심히 보게 된다. 한글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인 경우가 많기에 한자를 보면 원래 의미가 더 명확해지기도 한다. 의료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부작용(副作用)이라는 단어가 좋은 사례다. 우리에게 부작용은 ‘어떤 일에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익숙하다. 그중에서 특히 ‘바람직하지 못한 일’에 조금 더 방점이 찍혀 있는 느낌이다.

그림= 서상균 기자


하지만 부작용(副作用)에 쓰이는 부(副)는 ‘부회장, 부통령, 부도심’에서처럼 2번째 혹은 ‘main이 아닌 그다음의 것’이라는 뜻에 가까운 한자다. 그래서 부작용의 영단어를 보면 side effect다. 주요한 작용에서 살짝 옆으로 빗겨난 작용이라는 뜻이다. side dish(반찬), side door(옆문), on the side(부업으로)와 비슷한 맥락이다. 상당히 많은 학술지와 기술 문건에서도 side effect에 대해 ‘부가적 작용, 부수적 효과’ 등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해로움이 분명한 유해 작용이 아니라 작업을 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부가적인 사례들이 바로 side effect, 부작용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생각하는 ‘나쁜’ ‘기대하지 않는’ ‘나타나서는 안 될~’ 부작용이라면 부(否)작용이 되어야 마땅하고, 영어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뜻하는 ‘adverse effect’가 훨씬 정확한 표현이다.

모든 의학적 치료에도 부작용(side effect)이 존재한다. 다수의 환자에게는 기대하는 치료효과로 이어지지만, 일부의 환자에게는 기대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예측과 예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의원에서도 일상적이고 표준적인 치료를 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더 심해졌다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겼다는 분들이 가끔 있다. 대부분의 환자에게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가 어떤 분에게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물론 생활 속 어떤 원인이 증상을 악화시켰을지도 모르지만 치료받은 후 더 심해졌다고 하면 난감한 일이다. 물론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 악화의 시기를 넘고 나면 호전되는 경우가 더 많다. 예상할 수 없었던 개인의 특수성 때문에 일시적 증상 악화를 겪은 후 호전되는 ‘부가 작용’을 겪은 셈이다. 더 심해진 그 순간의 결과만을 가지고 화를 내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면 알 수 없었겠지만, 치료해 준 한의사와 힘든 상황을 공유하고 시간을 두고 지켜보았다면 호전되기 전 일시적 부작용이었음을 알게 된다.

만약 여러분이 치료받는 과정에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무작정 따지고 싸우려 들지 말고 담당 의료진과 차분히 상의해 보시길 권한다. 최선을 다해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었다면 잠시 지켜보거나 다른 치료방법으로 접근해 볼 수도 있다. 병원 문턱이 너무나 낮은 한국적 특수성으로 인해 이곳저곳 옮겨 다니다가는 매번 새로운 부작용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일시적일 수 있는 부작용의 과정을 의료진과 상의하고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이어가다 보면 또 다른 부작용도 예방하고 건강을 회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환자의 무한한 신뢰는 담당 의료진의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 그렇게 두터워진 믿음은 의사와 환자 사이를 조금 더 가깝게 해주고, 조금 더 빨리 낫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언론에 비친 의료계의 어두운 모습과 달리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환자가 빨리 나아지길 간절히 바라는 의료인이 훨씬 많다. 이 글을 통해 의사와 환자 사이에 ‘부작용’이라는 오해의 벽이 조금이라도 낮아지길 바라며 오늘도 침 끝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본다. ‘낫길, 잘 낫길, 기왕이면 부작용 없이 잘 낫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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