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계의 애플’ 추앙 받던… 친환경 ‘올버즈’의 몰락
한때 ‘신발계의 애플’로 칭송받던 친환경 신발 업체 올버즈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있는 올버즈의 주가 종가는 1.28달러. 실리콘밸리의 큰손 투자자들과 테크 구루들의 박수를 받으며 기업공개(IPO)를 한 2021년 11월 3일의 종가(28.64달러)에 비하면 96% 폭락한 수준이다. 한때 17억달러(약 2조 1500억원·2020년 1월)까지 치솟았던 기업 가치도 지금은 2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한때 ‘쿨한 문화의 상징’이었던 스타트업은 일련의 실책으로 이제는 ‘길을 잃은 기업’의 대표 사례가 됐다”고 했다.
◇스타 기업의 몰락
지난 2016년 미국 주간지 타임은 올버즈의 첫 출시작이자 대표작인 양모(울) 소재 운동화 ‘울러너’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고 했다. 그 뒤로 이 수식어는 올버즈를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고급 수트 제작에 사용되는 뉴질랜드산 메리노 울에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20% 수준인 얇은 섬유를 추출해 만든 원단으로 제조된 울러너는 ‘소재 혁신’의 이미지를 입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를 포함한 파괴적 혁신을 숭배하는 실리콘밸리 테크 종사자들이 울러너를 자주 착용하며 ‘실리콘밸리 유니폼’이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었다. 출시 2년 만에 누적 100만 켤레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다.
올버즈의 공동 창업자인 팀 브라운과 조이 즈윌링거는 편안함에서 그치지 않고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웠다. 폐페트병을 활용해 만든 운동화 끈, 사탕수수 폐기물로 만든 밑창 등을 탑재하며 단순 신발 회사가 아닌 ‘첨단 소재 기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올버즈 신발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의 사진에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투자자로 나섰고, 회사는 나스닥 상장 첫날에만 주가가 공모가 대비 92.6% 급등할 정도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
문제는 제품 품질이었다. 친환경에 몰두한 나머지 내구성을 잡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신발은 몇 달 만에 구멍이 나고, 울 혼방 레깅스는 빨면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시간 서있을 경우 사탕수수 원료의 밑창이 견디지 못한다는 불만도 쇄도했다. 회사는 기능성 의류 사업을 중단하고, 재고를 1300만달러에 헐값 청산하기도 했다. WSJ는 “다양한 운동화 신제품과 속옷, 패딩, 골프화로까지 상품을 늘렸지만 모두 울러너의 성공을 재현하진 못했다”며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제품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회사의 가정은 실수였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며, 지난해 올버즈의 순손실은 1억135만달러로 전년의 2배 이상 커졌다. 전 세계로 급격하게 확장한 매장 운영 비용이 부담이 된 데다, 수요가 줄어 대규모 할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며 적자 폭이 커진 것이다. 올 1분기에는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하던 매출까지 전년비 13.4% 떨어졌다. 즈윌링거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우리를 사랑해줬던 핵심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는 실수를 했다”고 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올버즈는 회사 규모를 줄이면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해 8월 전체 직원의 8%를 해고했고, 올 5월에도 추가로 9%의 인원을 줄였다. 오프라인 매장도 줄이며 경영 효율화를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 및 자가 매장’에서만의 판매를 고수하던 정책도 바꿨다. 지난해 6월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 14곳에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선 노드스트롬 온라인 몰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팀 브라운 공동 CEO는 “CEO 자리를 내려놓고 최고 혁신 책임자로 역할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밝지 않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올버즈의 자리를 꿰찬 신생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올버즈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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