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청년과 불안정 노동, 연금의 미래
세대를 말하는 것은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연대가 빈약한 이 땅에서 세대를 나누는 것은 마이너스의 정치가 아닌가 싶고, 이러한 분할은 쉽게 이용당할 수 있어 경계심이 올라온다. 청년세대가 겪는 고용 불안정성을 교묘하게 이용해 청년을 실업급여를 낭비하는 이들로 호도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실제 여러 세대의 삶은 부양관계, 돌봄관계 등으로 연결되어 서로 의존적이고, 생애주기상 우리의 세대 경험은 연속적이고 보편적이다. 계급과는 달리 세대에 관해 우리는 다른 이의 처지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각 세대의 경험은 새롭고 고유하기에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며칠 전 국회에서 ‘2030세대에게 듣는다: 국민연금,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토론회가 열렸다. 청년세대의 연금과 미래 복지에 대한 걱정과 바람의 목소리는 다양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의 궁극적 책임과 위기 극복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요구부터 사연금 시장과 개인책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무엇이 바람직한 미래인가, 노후보장의 지속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는 각자의 처지와 복지철학의 다양성이 투영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청년의 목소리가 수렴되는 몇 가지 지점이 있었다. 우선 연금의 미래 지속성 문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잡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플랫폼 노동, 단기계약직, 시간제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국민연금 제도 안으로 포함시키지 못한다면, 연금의 보장성을 높이든 말든, 재정 지속성을 강화하든 말든 많은 청년들에게는 상관없는 얘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좋은 연금제도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그들만의 연금’을 공고하게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이다. 이는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자가 늘어왔고, 수급자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말로는 달랠 수 없는 현실의 벽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더욱이 계층갈등을 세대갈등으로 덮어씌우지 말라고 한 언급은 가중되는 불안정성이 특정 세대만의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연금제도의 안과 밖을 가르는 이 벽은 국가가 저소득 불안정 노동자에게 연금 보험료를 보조하는 제한적인 방식만으로는 넘어서기 어렵다. 복잡한 하청구조와 노동방식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기업과 원청 등 수익을 얻는 실제 사용자들이 사회보험 제도가 태생부터 강조한 사용자 재정책임을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야 노동자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가 줄어들고 연금 가입에 안정성이 생긴다. 또한 노동소득을 넘어 자산소득 등으로 재원을 넓히는 것 역시 고려할 만하다. 궁극적으로는 노동자를 점점 더 옥죄는 고용 불안정을 타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일하는 모든 사람의 연금이 될 때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다는 주장은 가입 기반을 넓히는 것이 장기 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도 타당하다.
또 하나의 수렴지점은 급속한 고령화 가운데 세대를 막론하고 사회적 책임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는 방식과 주체는 다양하다. 보험료 인상, 연금급여 보장 강화, 국민연금 지급보장이나 국고지원 등. 미래 재정부담 규모에 대해서도 이견은 있다. 다만 이를 ‘점진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공론이다.
생애는 연속적이고 미래세대는 넓다. 청년뿐 아니라 노인도 상당 기간 미래를 살아가야 한다. 불안정성은 전 세대를 아우르며, 미래는 모호하다. 이 모호함을 함께 견디기 위해선 무엇보다 협력이 필요하다. 경계를 허무는, 모두가 삶의 어느 국면에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괜찮은 사회보장제도와 고용방식 변화에 맞는 재정 조달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세대 간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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