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1년 지나서야… 수해예방 건물에 용적률 혜택

물막이판·빗물저장고 설치 건물
오늘부터 용적률 최대 1.4배 적용

앞으로 수해 취약 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건물을 지을 때 물막이판이나 빗물 저장고 같은 예방 시설을 갖추면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층별 바닥 면적 합계의 비율)을 법적 상한의 1.4배까지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강남구·동작구 등 도심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자, 각 건물이 자발적으로 수해 예방 시설을 갖추도록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다. 하지만 수해가 발생하고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데다 이미 장마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시점에 나온 대책이라 ‘늑장 대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수해 예방 건물에 최대 1.4배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아파트 300가구를 지을 수 있는 재개발 사업을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예방 시설 설치 시 최대 120가구 정도 더 지을 수 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작년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사망자가 나오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즉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10월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자 범정부 차원의 ‘국가 안전 시스템 개편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 핼러윈 참사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면서 당시 상대적으로 국민 관심이 적던 수해 예방 대책은 후순위로 밀린 셈이다. 결국 올해 2월에야 수해 예방 대책이 공개됐는데, 당시 내용도 모니터링 강화, 재해 취약성 분석 시스템 고도화 등 구체성이 떨어지는 방안 중심이었다. 그나마 실효성이 있다고 평가받은 대책이 용적률 인센티브인데, 이마저도 행정 절차를 밟느라 시행까지 5개월이 더 걸렸다. 2월 발표에 포함됐던 재해취약지역 확대 방안은 이달 21일에야 입법 예고를 시작한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물막이판 설치를 장려하는 간단한 제도 하나 만드는 데 1년이 걸렸다는 건 우리 행정 시스템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에 있어선 기존 관행의 틀을 벗어나 더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