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시럽급여’라고?

이연섭 논설위원 2023. 7.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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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등으로 취업난이 심각하다. 직장에 다니던 사람도 조기퇴직을 강요 받거나, 직장을 잃어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된다. 월급 생활자들은 대부분 한 달 벌어 한 달 생활을 이어간다. 실직으로 월급이 끊기면 당장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실업급여는 아주 유용하다. 실업급여는 실직 근로자의 생계 안정을 지원해 재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다. 실업급여는 생계 안정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해 논란이 거세다. 현재 30일 기준 하한액은 184만7천40원, 상한액은 198만원이다. 최저임금 노동자 세후 월 근로소득 179만9천800원보다 많아 재취업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지난 12일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일해서 버는 돈보다 많아지면서 문제가 생긴다”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으로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한 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담당자는 “실업급여 신청하러 오는 사람들이 웃으면서 방문한다”며 “청년층이나 여성들은 실업급여로 해외여행을 가고 명품 선글라스를 사며 즐기고 있다”고 했다.

실업급여를 받아본 노동자들은 “실업급여를 수령하는 사람은 울상이어야 하느냐”며 반발했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국민연금 본인부담금의 25%,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의 50%를 낸다. 월급에서 쪼개서 고용보험료를 내는데, 왜 공짜로 주는 듯 말하냐며 불만이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명품을 사는 청년·여성 실업자를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통해 실업급여를 축내는 집단으로 호도하는 것도 문제 삼았다.

전문가들은 현 실업급여가 부족한 점을 오히려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업급여 지급 사유가 맞는데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근로자를 내보내면서 회사가 자발적 사직으로 허위신고하는 사례들이다.

실직자들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고 하는 건, 언어폭력이다. 실업급여의 무조건 칼질은 옳지 않다. 실직자들의 알량한 실업급여가 얼마나 달콤하다고, 조롱하고 막말을 하는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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