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기만 하세요, AI가 알아서 굽고 세탁해줍니다

점점 더 진화하는 AI 가전

‘냉동 피자 한 판. 다이얼을 눌러 조리를 시작하세요.’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비스포크 오븐에 냉동 피자를 넣으면 자동으로 식품 종류를 인식한다. 내부에 달린 뷰카메라의 인공지능(AI) 비전 인식 기술이 음식의 종류와 수량을 파악하고 최적의 조리 기능을 자동으로 실행한다. 오븐,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기능을 갖추고 있는 이 기기는 피자, 핫도그, 돈가스, 크루아상, 즉석밥 등 식품 10여 종을 인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음식 종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스스로 상황에 맞게 최적 성능을 발휘하는 AI 가전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전원을 조절하는 에어컨, 레이더가 장애물을 인식하는 로봇청소기 등에 AI 기능이 적용됐다면 최근에는 오븐, 세탁기, 인덕션, 식기세척기, TV까지 AI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그래픽=이지원

그래픽=이지원

그래픽=이지원

◇끓어 넘침 방지하는 인덕션

삼성전자는 최근 가전에 AI 기능을 활발하게 탑재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오븐, 스틱청소기, 식기세척기에 AI 기능을 탑재해 AI 적용 품목을 총 15개로 늘렸다. 삼성전자의 식기세척기는 식기의 오염도를 AI가 자동으로 파악해 물의 사용량과 온도, 분사 세기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 세척하는 식이다. 삼성 인덕션의 경우 알고리즘을 적용해 메뉴에 따라 최적 온도를 설정하고 조리 중 물이 끓어 넘치는 것을 방지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컨대, 된장찌개의 경우 평균 총 7회의 온도 조절과 4회의 중간 재료 넣기 과정이 필요하다”며 “인덕션이 센서로 감지해 단계별로 온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끓어 넘치는 것을 막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세탁기 동작 알고리즘에 딥러닝(심층 학습) 기술을 적용한 AI 세탁기를 개발했다. 단순히 세탁물의 양이나 무게를 측정해 세탁 시간이나 세제의 양을 결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옷감마다 세탁법이 다르다’는 것에 주목했다. 속옷 등 손상되기 쉬운 세탁물에는 흔들기·주무르기 같은 섬세한 모션을, 청바지 같은 겉옷에는 풀어주기·꼭꼭짜기 같은 강력한 동작을 적용한다.

이 밖에 LG 스마트 TV는 AI가 고객의 음성 검색 기록을 통해 취향과 트렌드를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매일 저녁 시간 드라마 콘텐츠를 검색하는 경우 비슷한 시간대에 취향에 맞는 드라마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식이다. LG전자는 지난해 AI 칩을 자체 개발해 무드업 냉장고 등 자사 가전에 적용하고 있다.

◇절전에 활용되는 AI

최근 전기료가 인상되면서 AI 절전 기능을 강조한 가전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캐리어는 올해 AI 운전 기능을 대폭 향상시킨 에어컨 ‘디 오퍼스’를 내놨다. 설정한 희망 온도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간접 기류 제어 모드로 바뀌어 소비 전력을 최대 74%까지 절감해 주는 기능이다. 또 냉방 운전 시 인체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절전·정지 모드로 전환된다. 신일은 여름철 사용 시간이 긴 여름 가전의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방지할 수 있도록 에어서큘레이터와 선풍기에 AI 기능을 탑재했다. 온도 센서가 주변 온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적합한 바람의 세기를 설정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에도 대부분 AI 절약 모드가 기본으로 탑재된다. 두 회사는 각각 삼성 스마트싱스 앱과 LG 싱큐 앱에서 월별 사용량 목표를 설정하면 누진 구간에 도달하기 전에 자동으로 전력 사용량을 줄여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전기료 인상과 더불어 에너지 절감에 관심이 많은 고객이 늘어나며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