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도 45분간 180mm 기록적 폭우… “홍수지도 다시 만들어야”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3. 7.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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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방관 생활 44년 동안 이런 폭우는 처음 봅니다."

16일(현지 시간) 팀 브루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어퍼마켓필드 소방서장은 이 지역을 덮친 전례 없는 홍수 피해 상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주부터 미 북동부 지역에 내린 폭우로 이미 하천이 불어 있는 상태에서 짧은 시간 비가 퍼부으며 도로는 물바다가 됐다.

이날 항공데이터 업체 플라이트웨어에 따르면 미 동북부 지역 폭우로 항공기 3000여 편이 취소됐고, 9000여 편이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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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 등 북동부 집중호우
44년 경력 소방관 “이런 비 처음”
“차가 죽음의 장소 될 수도” 경고
日-中도 역대급 폭우에 피해 속출
美서도 日서도 잇단 폭우 피해 15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북동부 펜실베이니아주 벅스카운티 일대에 몰아친 폭우로 사상자와 실종자가 대거 발생했다. 실종자 중에는 생후 9개월 아기와 두 살 아이도 포함돼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같은 날 일본 북부 아키타현에서도 구조대원들이 폭우로 고립됐던 주민을 보트로 구조하고 있다(아래쪽 사진). 소셜미디어 캡처·아키타=AP 뉴시스
“제 소방관 생활 44년 동안 이런 폭우는 처음 봅니다.”

16일(현지 시간) 팀 브루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어퍼마켓필드 소방서장은 이 지역을 덮친 전례 없는 홍수 피해 상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오후 이 지역 델라웨어강 인근 워싱턴 크로싱로드에는 45분간 강우량이 180mm에 이르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렸다. 지난주부터 미 북동부 지역에 내린 폭우로 이미 하천이 불어 있는 상태에서 짧은 시간 비가 퍼부으며 도로는 물바다가 됐다. 브루어 서장은 “(하천에) 물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불어났다”고 했다. 차량 11대가 급류에 떠내려갔고, 5명이 숨졌으며 2명이 실종됐다. 현지 소방 당국은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안전해야 할 차가 죽음의 장소 될 수도”

지난주 미 뉴욕주와 버몬트주 지역을 강타한 다량의 수증기는 주말에 뉴욕시와 뉴저지주, 펜실베이니아주로 내려와 집중적으로 비를 뿌렸다.

어퍼마켓필드 주민 엘리 와이즈먼 씨(65)는 딸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다 급류에 떠내려갔다가 구조됐다. 와이즈먼 씨는 NBC 방송에 “도로 위에 물이 차오르는 걸 보고 ‘집이 코앞인데’라는 생각에 지나가려 했는데 잠깐 사이에 댐이 무너진 것처럼 급류가 몰아쳤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았고 물길이 거세 주변 나뭇가지에 매달려 겨우 살았다”고 말했다.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여행을 온 한 가족은 변을 당했다. 아빠와 4세 아들, 할머니는 가까스로 살았지만 엄마는 사망했다. 9세 아들과 2세 아기는 실종 상태다.

JF케네디국제공항과 뉴어크리버티국제공항에서는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연착됐다. 이날 항공데이터 업체 플라이트웨어에 따르면 미 동북부 지역 폭우로 항공기 3000여 편이 취소됐고, 9000여 편이 지연됐다. 이번 주에도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펜실베이니아주와 뉴저지주는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매우 불안정한 기상 조건 속에 있다”며 “안전해야 할 당신의 차가 죽음의 장소로 변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 “극한 기상 대비 건축-대응 매뉴얼 필요”

일본도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17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아키타시의 경우 전날까지 48시간 강우량이 415.5mm에 달했고, 후지사토정은 321.5mm로 해당 지역 기상 관측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폭우로 6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수백 채의 주택이 침수됐다. 중국은 남서부를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지며 13일 쓰촨(四川)성에서 4만 명이 대피했고, 14일 충칭(重慶)시에서 15명이 숨지고 2600명이 대피했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극한 기상’에 대비한 돔 형태 주택 건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돔 형태 집은 표면적이 넓어 더위나 추위를 차단하기 쉽고, 강철로 만들면 강풍도 견딜 수 있다. 지난해 기상재해로 집에서 대피한 미국인은 총 330만 명으로, 이 중 120만 명은 한 달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기후 난민’으로 분류됐다. 이런 가운데 극한의 기상에 견딜 수 있는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지구온난화와 ‘슈퍼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의 결합으로 올해 이상기후 현상이 더 잦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미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가 극단적 기상이변에 대응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이다. NYT는 “정부가 주택 및 기반시설을 짓는 데 지침으로 사용하는 ‘홍수지도(Flood Map)’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종합적인 데이터 부족 등으로 돌발 홍수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로운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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