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부장株 가파른 상승… 업황 회복 신호일까

임경업 기자 2023. 7.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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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페타시스·한미반도체 등 한달새 76~111%나 올라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한 달 사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14일 기준) ETF(상장지수펀드) 상승률 상위 5위 중에 반도체 관련 ETF가 2개 포함됐다. ‘KBSTAR Fn5G테크(19.09% 상승·2위)’와 ‘SOL 반도체소부장Fn(14.22% 상승·4위)’이다. 이들 ETF의 상승세는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대형주보다 한미반도체·이수페타시스·대덕전자 등 국내 중견·중소 소부장 기업들이 견인했다.

챗GPT와 같은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그래픽처리장치(GPU)·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진 탓이다. 미국 GPU 설계 업체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최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4일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국내 소부장 기업 중엔 이수페타시스 주가가 지난 한 달 사이 111% 올랐고, 에스티아이(88%)·피에스케이홀딩스(88%)·한미반도체(76%) 등이 크게 올랐다. 모두 반도체 특정 공정에 대해선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다. 증권가와 반도체 업계에선 “그동안 침체됐던 반도체 업황 회복의 신호탄”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시장 기대감에서 비롯된 단기 과열”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후공정 장비·회로기판 업체 주목

시가총액 4조원을 돌파한 한미반도체는 대표적인 반도체 후공정 장비 업체다. 웨이퍼 한 판으로 생산된 반도체를 개별 제품으로 절단하거나 서로 다른 반도체를 접합해 이어 붙이는 장비를 만드는데, 최근 HBM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미반도체 장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은 여러 칩을 접합해 만드는 구조라 접합 장비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에스티아이와 피에스케이홀딩스의 후공정 장비도 HBM 같은 차세대 반도체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은 수천억원대의 꾸준한 매출과 지속적인 성장세, 높은 해외 매출 비중을 갖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통신장비·서버에 들어가는 회로기판을 만드는 기업으로, 수출 비중이 90%에 이른다. 본래 노키아·시스코와 같은 해외 통신장비 업체가 주요 고객이었지만 올초 구글·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에 AI반도체용 기판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수페타시스 매출은 지난해 6430억원으로 2021년 대비 37% 올랐고, 에스티아이도 지난해 매출 4224억원을 기록해 전년(3195억원) 대비 32% 올랐다. GPU·AI반도체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국내 반도체 소부장 강소기업에 시장의 돈이 몰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대감 선반영, 실적으로 증명해야”

국내 반도체 소부장 주가 상승 랠리를 두고, 침체됐던 세계 반도체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반도체 업황 지수에 해당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지난 2개월 사이 약 20% 상승했다. 시가총액이 크고 주가 움직임이 무거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대신 시가총액이 작은 소부장 중견기업 주가가 먼저 올랐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반도체 관련 주식을 사모으면서, 국민연금이 올해 2분기(4~6월) 5% 이상 지분을 보유해 공시 대상에 새로 편입한 상장사는 티이엠씨, LX세미콘, ISC, 이오테크닉스, 인텍플러스, 하나마이크론 등 반도체주가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반도체 소부장 관련주의 일제 상승을 두고 “지나친 기대감으로 과열된 랠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반도체 주요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엔비디아 주가가 작년 대비 160% 이상 오른 데 비해, 퀄컴·인텔 주가는 오히려 작년 대비 약 20%씩 하락한 상태다. 반도체 주가는 기업별로 천차만별인데, 한국 반도체 소부장 업종에 ‘묻지마’ 오름세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은 감산·업황 회복이 주가에 선반영 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수출 등 실적으로 증명해야 주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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