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경보 2시간 뒤에야… 인력 6명-포클레인 1대로 제방 보수

최동수 기자 2023. 7.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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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
범람 못 막은 임시제방 논란
주민들 “제방 좀 더 높이 쌓았어야”
행복청 “통상 임시제방 쌓는 방식”
15일 기록적 호우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강 제방이 붕괴돼 최악의 참사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가 연결된 도로를 17일 상공에서 드론으로 촬영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미호천교 임시 제방 공사 현장에서 유실된 제방이 방수포로 뒤덮여 있다. 청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교량을 건설하며 기존 제방을 허물어 트럭이나 큰 차가 왔다 갔다 하게 했고, 대충 흙으로 쌓아 올려 비닐 방수포만 덮어 놨어요. 폭우로 물이 불어나니 제방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면서 물막이 역할을 못 한 것 아닙니까.”(충북 오송 주민 장모 씨)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원인이 된 미호강의 범람은 미호강 임시 제방이 부실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고 당일 미호강 범람 징후를 감지한 뒤 2시간 20분 뒤에야 현장 인력 6명이 임시 제방 보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이 임시 제방 관련 각종 행정기록 감찰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임시 제방 공사부터 사고 전후 발주청과 시공사, 감리업체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17일 동아일보 취재에 응한 미호강 인근 주민들은 사고 당일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사고를 목격한 주민 정찬교 씨(68)는 “사고 발생 1시간 전쯤 임시제방에 가봤는데 인부들이 포클레인 1대로 주변 모래를 긁어모아 둑을 쌓고 다지고 있었는데 말이 되느냐”며 “사고 전날도 모래로 제방을 쌓아선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해 119에 신고했는데 (119 측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미호천교 공사 발주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공사 감리회사 단장은 사고 당일 오전 4시 10분 홍수 경보 소식을 들었다. 이후 지자체와 행복청에 위험을 알렸지만 현장에 직접 나온 건 오전 6시 반경이다. 감리단장과 시공사 인력 등 총 6명이 나왔고, 중장비인 포클레인은 1대뿐이었다.

장마 훨씬 전에 쌓아야 하는 임시제방을 장마 기간에 쌓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임시제방 공사는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올해 장마는 6월 25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마 시작 나흘 뒤부터 제방을 쌓은 것으로 실제 공사 기간 5일간 비가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장마기간 전에 관련 제방을 쌓는 등 수해 예방을 한다”고 했다. 행복청 측은 “이번 사고는 예상보다 비가 많이 와 발생했다”고 했다.

제방 부실 시공 논란도 나온다. 궁평3리 이장인 윤영호 씨(70)는 “일부 주민들이 ‘(제방을) 모래로 쌓았다’고 했다”며 “좀 더 높이 쌓았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제방에서 ‘파이핑(piping·구조물과 흙 이음새에 틈이 생겨 그 사이로 물이 빠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면 부실 공사를 의심해볼 수 있다”고 했다. 행복청은 “흙을 톤백(포대자루)에 담아서 쌓고 그 위에 흙다짐을 했다”며 “임시제방을 통상 쌓는 방식”이라고 했다.

기존 제방을 허물고 차량 통로로 썼다는 데에 대해 행복청은 “교량을 확장하는 공사여서 기존 제방을 허물 수밖에 없었다”며 “장마철이 아닐 땐 통로로 쓰지만 임시제방을 쌓은 뒤엔 통로로 안 썼다”고 했다. 이 공사는 2018년 착공했는데, 이전에도 장마철이 되면 임시제방을 쌓아 침수에 대비했다.

공사 현장 관리가 적절했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발주청인 행복청에 1차 관리 책임이 있지만, 임시제방은 금강유역환경청의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환경청 관계자는 “행복청은 ‘하천점용허가’만 신청했을 뿐 임시제방 설치를 위한 허가 변경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행복청 측은 “하천점용허가를 낼 때 임시제방을 어떤 길이로 얼마나 쌓을지 공문에 명시했고, 이후 ‘안전하게 시공하라’는 환경청 회신도 받았다”고 했다.

범람이 발생한 교량 바로 밑 임시제방의 높이가 주변보다 낮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주민은 “교량 밑 제방 높이가 다른 제방보다 낮았다”며 “폭우로 불어난 하천 물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을 것”이라고 했다. 임시 제방을 높게 쌓았다면 범람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 행복청 측은 “임시제방 높이는 가장 낮은 곳도 해발 29.74m로 100년 빈도의 홍수 계획위보다 96cm 높게 시공했다”며 “흙을 쌓은 후 위에 올라가 다짐기 기계로 흙을 다시 다져야 하므로 교량 바로 밑과 임시 제방은 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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