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임 아니다” 시청-도청-경찰 ‘오송참사 네탓’

송유근 기자 2023. 7. 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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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
청주 “관할 아냐” 충북 “불가항력”… 지하차도 교통통제 놓고 책임 공방
경찰은 “인력 부족”… 출동 안해
사망 14명으로… 정부 “감찰 착수”
물 빠진 지하차도 내부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내부에서 17일 경찰과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배수 및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시신 5구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지하차도 침수 사고 사망자는 모두 14명으로 늘었다. 청주=뉴시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망자가 1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재난 대응 주무 기관인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등 관계기관 사이에서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참사 발생 4시간 30분 전 홍수 경보가 발령됐고, 사고 발생 1시간 40분 전부터 침수 우려가 있다는 신고 여러 건이 112와 119 등에 접수됐는데 누구도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과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한 공직사회 관행이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현재 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시신 5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주시는 15일 사고 발생 2시간 전 흥덕구로부터 “교통통제나 주민 대피 등을 조치해 달라”는 금강홍수통제소의 통보 내용을 보고받았다. 청주시는 사고 약 40분 전 “제방이 넘칠 것 같다”는 119 신고를 접수했고, “궁평2지하차도 침수 우려가 있으니 차량을 통제해 달라”는 112 신고 내용을 전달받고도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해당 도로 통제 권한은 도로 관리 기관인 충북도에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주시 역시 재난안전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 필요한 경우 도로 통제가 가능하다.

충북도는 “청주시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지 못해 침수 위험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며 “매뉴얼상 통제 기준이 아니었다. 갑자기 제방이 붕괴돼 일어난 불가항력적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경찰과 소방 대응도 부실했다. 사고 당일 오전 7시 4분부터 침수 우려 관련 112 신고 2건이 접수됐고 이 중에는 장소까지 특정하며 “교통을 통제해 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출동 인력이 부족하다며 지하차도로 출동하지 않았다. 소방은 신고를 받고 무너지기 직전인 임시 제방에 출동하고도 청주시 등에 상황만 전달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철수했다.

책임 공방이 가열되자 국무조정실은 “지하차도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감찰 조사에 착수한다”라며 “지하차도 교통통제가 적시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를 밝히고 과실이 드러난 기관이나 공무원을 징계하고, 필요하면 고발과 수사 의뢰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호강의 관리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미호강의 관리 주체가 충북도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지하차도 사상자를 포함해 이번 집중호우 피해로 인한 사망자는 41명, 실종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

청주시 “道 연락 못받아”… 충북도 “불가항력”… 경찰 “인력 부족”

‘오송참사’ 책임 떠넘기기 급급
市 “사고 지하차도 통제는 도청 권한”
道 “당시 상황 보면 물 갑자기 불어”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기록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 핵심 의문은 ‘강물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왜 차량이 진입하는 걸 아무도 안 막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17일 청주시와 충북도, 경찰 등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재난기본법에 따라 청주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면서도 “다른 행정기관들도 책임을 완전히 피해 갈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책임 떠넘기기 급급한 청주시와 충북도

우선 청주시는 금강홍수통제소와 소방, 경찰, 흥덕구 등으로부터 위험을 전달받고도 “충북도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대응을 못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총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렸고, 구와 읍면동 단위까지 비상근무자를 편성해 운영했다”며 “당일에도 오전 2시 15분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3단계로 격상시켰다”고 해명했다. 또 “도로법상 해당 도로의 통제 권한은 충북도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주시의 자연재난재해 매뉴얼에는 ‘침수 및 범람 지역의 주민 대피와 통행 제한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청주시 산하에 있는 흥덕구의 경우 “오전 6시 반경 미호천 범람 위험 사실을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통보받고 시에 알렸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흥덕구는 자치구가 아닌 일반구로 구청장도 청주시에서 임명한다”며 “별도의 재난대응 매뉴얼도 없다”고 설명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하차도의 관리 주체인 충북도는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사고 4시간 전 이미 위험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경찰 등에 교통 통제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충북도는 “청주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1차적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행복청이 범람한 미호천 주변의 제방 높이를 낮추지만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사고 당시 상황을 보면 물이 갑자기 몰려와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경찰·소방도 사고 막을 기회 놓쳐

경찰과 소방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특히 침수가 시작되기 약 1시간 40분 전인 오전 7시 4분경에는 ‘오송읍 주민 긴급대피’를 요청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오전 7시 58분경에는 “궁평지하차도를 긴급 통제해야 할 것 같다”며 신고자가 구체적으로 장소까지 특정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강내면 탑연 사거리 곳곳에 침수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이곳 일대에 경찰력을 집중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산사태와 도심 도로 침수로 이미 인력이 총동원된 상황이었다”며 “추가 교통 통제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의 경우 사고 당일 오전 7시 51분경 “제방이 유실돼 넘칠 것 같으니 현장에 와서 조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지하차도 인근에 오전 8시 3분경 도착해 26분간 머물다가 청주시에 상황을 전달한 뒤 사고 직전인 오전 8시 29분경 현장을 떠났다. 소방 관계자는 “청주시에 3번, 흥덕구에 7번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안 받아 다른 현장으로 떠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재난기본법은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중앙정부가 개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역 사정에 가장 밝은 기초단체장에게 집행권을 부여한다”며 “1차적으로 기초단체장인 청주시장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다만 상황을 보면 충북도와 경찰 등도 완전히 책임을 피할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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