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원전 오염수와 괴담 정치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2023. 7. 1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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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3년 7월 이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일본 도쿄전력이 사고가 난 원전에서 생성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했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양국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점검과정에 우리 측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고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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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3년 7월 이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일본 도쿄전력이 사고가 난 원전에서 생성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했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정부가 처리된 오염수를 추가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오염수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다시 논란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야당의 괴담정치는 변한 게 없다.

원전사고가 발생한 직후 후쿠시마를 포함한 8개 현의 50여개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긴 했으나 임기 내내 원전을 신성장동력으로 강조하며 UAE 원전수주 등에 공을 들인 이명박정부는 원전사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식품위생 관련 부처는 최소한의 조치만 취했고 초기의 이런 소극적 대응은 계속 우리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2013년 9월 박근혜정부는 '임시특별조치'를 통해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 대한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일본산 식품에서 방사능 물질이 미량이라도 발견되면 기타핵종 검사까지 요구했다. 이에 반발한 일본은 동 조치가 '과학적 위험평가'에 근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의 '위생및식물위생조치협정' 위반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기존 조치의 재검토 및 소송에 대비한 증거를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지만 박근혜정부는 방사능 공포에 휩싸인 국내 여론에 밀려 초강경 조치는 고수하면서도 그간 진행한 조사를 중단하고 그나마 검사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았다. 2018년 2월에 공개된 WTO 분쟁패널 보고서에는 수수방관에 우왕좌왕한 우리 정부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일본의 정보공개 요청에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고 포괄적 수입금지조치를 취했음에도 그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리려 하지도 않았다.

이에 불복한 문재인정부는 2018년 4월 WTO 상소기구의 문을 두드렸다. 애초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19년 4월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상소기구가 식품섭취를 통한 방사능 물질 노출뿐만 아니라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방사능도 고려해야 하므로 일본의 인접국임을 감안할 때 한국의 식품안전 기준은 다른 국가보다 더 엄격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동 판정은 한국의 조치가 합법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협정의 적용과 해석상 1차 패널의 판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달리 말해 한국의 조치가 지나치게 무역제한적이었는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을 판단한 것이다.

한일 양국 모두에 숙제는 남아 있다. 이는 소모적 논쟁이나 괴담유포가 아닌 과학적 사실과 국제규범에 따라 양국이 함께 풀어야 한다. 지난주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양국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점검과정에 우리 측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고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시다 총리는 해양방류의 안전성에 만전을 기해 사람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10년 새 가장 근사한 첫걸음이다.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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