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2024 수능, 어느 때보다도 '베테랑 출제진'이 필요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앞두고 늘 '수능 난이도'를 예측해달라는 문의를 많이 받는다. 그런데 난이도 예측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수능 난이도는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심지어는 출제진도 난이도를 자신하지 못한다. 과거 출제진이 난이도 조절에 약간만 실패했는데도 '물수능' '불수능' 논란을 가져온 적이 몇 차례 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과 출제진을 향해 수험생의 원성이 쏟아졌다.
너무 어렵지 않은 난이도를 가지면서 동시에 변별력을 높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문항의 난이도는 문항의 쉽고 어려운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시험 보는 전체 학생(피험자) 중 답을 맞힌 학생의 비율을 뜻한다. 그리고 문항 변별도는 문항이 학생의 능력을 변별하는 정도를 말한다. 어떤 문항에서 성적 상위집단이 답을 맞히고 하위집단이 답을 틀렸다면 이는 피험자를 제대로 변별하는 문항이다. 반대가 되면 부적합한 문항이고 정답률이 성적 상·하위집단 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면 문항 변별력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보통 난이도지수 50% 정도일 때 변별력이 높다고 하는데 이를 맞추는 일은 매우 어렵다. 출제과정에서 단순히 성취수준을 적용하고 교육과정을 준수한다고 해서 난이도와 변별도가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난이도 조절에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문항의 구성형식, 혹은 내용수준, 지문길이나 정보량, 고난도 문항 배치순서, 매력적인 오답지 배열순서 등 문제지 제작상의 기술은 기본이다. 출제진의 예상 정답률을 토대로 1, 2차 검토 교사진이 검토하고 출제진의 수정·재출제 등의 과정도 이어진다. 고난도 문항만 점검하는 별도 회의까지 있고 심지어는 오류방지와 난이도 조절을 위해 출제 초기에 잘 만들어진 조기안착 문항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피험자 집단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6월, 9월 모의고사에 응시한 졸업생들의 학력데이터를 가지고 새로 수능을 보는 졸업생들의 비율을 추산해 참고하기도 한다. 풍부한 문항제작 및 검토경험을 쌓은 베테랑만이 이런 복잡한 과정을 잘 수행해 '물수능'과 '불수능'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올해 수능은 난이도 예측이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킬러문항이 배제된다는 정부 지침에 수험생들이 수능 난이도를 두고 혼란스러워 한다고 한다. 출제당국은 '킬러문항 없이도 충분한 변별력을 가져야 한다'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숙련된 수능 출제위원'이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평가원은 올해 더더욱 출제경험이 많은 베테랑 출제진을 위촉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 '킬러문항 없는 첫 수능'이라는 타이틀은 출제진에게 큰 심적 부담으로 다가올 만하다. 교육계는 물론 정부와 전국의 수험생, 학부모가 올해 수능 난이도에 집중한다. 이 상황은 자칫하면 평가원의 베테랑 출제진 섭외실패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이런 심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평가원이 성공적으로 베테랑 출제진을 섭외하려면 출제진에게 '위촉보상'을 잘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 심적 부담과 38일간의 감금생활도 감수하는 출제진에게 출제수당 외에 유무형의 가시적인 실리(實利)가 돌아가도록 대우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 물론 비밀유지 의무와 위반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지사. 해서 지난날 여러 차례 출제를 경험한 분들도 힘들지만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마음으로 출제에 참여해주시기 바란다.
더불어 교육당국은 베테랑 출제진을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는 출제가 이뤄지리라는 믿음을 수험생과 학교, 학부모들에게 끊임없이 줘야 한다. 그래야만 최상위권을 포함해 모든 수험생이 혹시 가지고 있을 '킬러문항 배제로 인한 변별력 상실'이라는 불안함을 없앨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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