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냥개들' 김주환 감독 "훌륭한 팀워크가 좋은 결과 안겨줬어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사냥개들'의 성공적 공개이후 인터뷰에 나선 김주환 감독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고생은 그냥 고생으로 끝나는 일이 많더라. 오히려 좋은 팀워크가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며 '사냥개들'의 글로벌 흥행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작품 무산의 위기까지도 겪어봤지만 김주환 감독은 주연을 맡은 우도환, 이상이와 함께 죽을 힘을 다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을 완성시켜냈고 복서로서의 자부심과 서로를 향한 우정 외에는 가진 것 하나 없는 두 청년이 사회악을 끝내 응징하고야 마는 K-액션물에 전 세계 시청자들은 글로벌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라는 좋은 성적으로 화답했다.
영화 '청년경찰', '사자', '멍뭉이'를 연출한 김주환 감독의 첫 드라마 도전작인 '사냥개들'(김주환 극본, 연출)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 '사냥개들'의 공개 초반 넷플릭스 TOP 10 중 2위에 오르는 등 선방했다. 소감은 어떤가
▶ 너무 감사하다.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말을 잘 믿지 않는다. 고생하면 그냥 고생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좋은 팀워크가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생각을 했다.
- 정찬 작가의 네이버 웹툰 '사냥개들'이 원작이다. 원작 웹툰을 드라마화하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는.
▶ 2019년 말 경 이 작품의 원작에 대한 판권 계약이 된 걸로 기억한다. 그동안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가 가져가는 갈등의 질량이라고 할까? 그 부분에서 한계를 느꼈다. 마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면 엄청나게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고 관객의 사랑을 받지 않나. 영화 한 편으로 이런 거대한 캐릭터들과 규모를 이겨내기가 어렵더라. 영화 한편이 진행될 때 인물 소개부터 갈등도 선행되어야 하고 적대자도 등장해야 한다. 사건이 중반부에 한번 꺾여야 하는 구조이고 이러다보니 어떤 재미를 주는 것이 사실상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이때 드라마를 한번 해볼까 싶더라.
평소 친하게 지내는 박서준 배우도 "형은 드라를 잘 할 거다. 드라마는 캐릭터가 중요한데 그런 것을 잘하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돋워 줬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덜컥 계약을 했다.
- 첫 드라마 도전인만큼 어려움도 컸을 것 같다.
▶ 원작을 바탕으로 8편의 드라마화를 하는 것은 너무 큰 도전이었다. 하나의 배움이었다. '청년경찰'을 세 편 찍은 것 같은 분량이다. '청년경찰'을 3번 찍은 건데 컨디션이 좋을 때라면 3번 찍은 것이겠지만 이미 2개를 찍고 온몸이 찢어진 상태에서 3번 째를 찍으려고 하니까 한 4개째 찍는 느낌이 있더라. 액션도 '청년경찰'보다 훨씬 많았다. 러닝 타임만 봐도 그렇다. 카체이싱신을 찍을 때 '함부로 하면 안되는 거구나'하고 깨달았다. 자동차끼리 부딪히는 신은 한 테이크를 가는데 30~40분이 소요되더라. 잘못된 어떤 부딪힘이 일어나면 자동차의 축이 틀어지면서 수리하는데 2시간 이상 걸렸다. 정말 큰 도전이었다.
'청년경찰'이 총 53회차를 찍었고 '사냥개들'은 153회차였다. 제가 알기로는 김지운 감독님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처럼 베테랑 감독님들의 현장에서 나올 법한 영화들의 회차였다. 그분들과 절대 비교불가이지만 100회가 넘는 작품을 해보니 경험은 늘지만 몸은 망가졌다. 100회 이내가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사냥개들'의 장점은 단연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액션신이다. 건우와 우진의 성장도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액션 장면 연출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 캐릭터에서 시작해서 캐릭터로 끝내고 싶었다. 1화에서는 전통 복서의 느낌으로 시작한다. 극중 브로맨스가 메인플롯 중의 하나인데 모든 액션의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에 해당하는 사람이 강인범(태원석)이다. 강인범과의 싸움을 통해 건우와 우진이 성장을 한다. 4화에서 큰 액션이 한 번 있다. 두 사람이 이미 브로가 됐지만 정말 합이 맞아야만 현장에서 함께 싸워 이길 수 있는 거다. 그런데 4화 액션에서는 서로 작전을 짜서 씨티 파이터로 들어가는 입장이 된다. 그 장면의 엔딩을 보면 순둥이였던 건우가 폭발을 해서 늑대개로 폭주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우진이 말리는 내용이 나온다. 액션이 가져가는 직관적이고 말초적인 아드레날린과 엔돌핀도 중요했지만 그걸 통해 주인공들의 드라마가 강화되거나 혹은 그 반대 지점으로 향하면서 결말을 지어야 했다. 그래야 단순한 액션이 아닌 드라마를 위한 액션이 될 수 있다. 계속해서 액션에 대해 공부를 하는 중인데 요즘 추세는 액션 영화들이 돈을 더 쓰고 더 큰 장면들을 멋있게 찍으려는 느낌인 것 같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 액션이라고 하면 드라마를 가장 극대화해주는 어떤 시퀀스이자 신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에 집중했다.
- 차현주 역을 맡은 김새론의 음주 운전 사건이 촬영 중에 있었다. 방영 중단설까지 거론될 정도로 위기 상황을 맞았었는데 어떻게 헤쳐나왔나.
▶ 힘든 일이 있었다. 김새론의 일이 있었지만 저희 팀은 끝까지 작품을 완성하려고 노력했다. 편집 과정이 보통 일이 아니게 됐었다. 차현주 역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대해 뭐라고 말씀 드리기가 참 어렵다. 불편한 느낌이 드시는 분들도 있고 작품에 대해 이해해주시는 분들도 있더라. 제가 뭐라고 말씀 드리기가 참 어렵다. 김새론의 음주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프러덕션에서 8화의 절정에 달하는 지점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과 멘토의 동맹이 절정에 달한 지점이었는데 그 이틀 후 사건이 일어났다.
이미 앞에 찍는 분량의 세트조차 극 중 불탄 것으로 처리됐기에 전부 부서져 버린 시점이었다. 촬영 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상태였다. 제가 해야하는 역할은 피해와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작품은 무조건 완성해야만 했다. 저는 끝까지 이야기를 책임져야 했다. 저희가 그동안 쏟아부은 노력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애초 이상이가 맡은 우진이 엄청난 부상으로 못일어나는 상황이었고 건우와 차현주가 이후 극을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넷플릭스, 제작사인 스튜디오엔과 논의 끝에 차현주를 하차시키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후 7~8화 이야기를 다 다시 써야 했다. 한달 가량 이야기를 다시 썼다.
- 김새론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불평의 반응들도 있는데.
▶ 원래 있던 분량에서 보자면 65퍼센트 분량까지 줄인 것 같다. 차현주의 검독 단독신이나 건우, 우진과의 대화신도 더 풍성히 많았지만 많이 쳐냈다. 자동차 운전 장면들도 있었는데 줄였다. 컷 단위와 프레임 단위로 쪼갰다. 차량 충돌 장면이나 웃는 장면들도 다 뺀 것 같다. 사실 보시는 분들은 뭘 뺐는 줄 알기 어려우실 거다. 뭘 뺐는지는 저 빼고는 모를 수 밖에 없다. 음악을 만들어 놓은 것도 많이 빠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구멍은 막아야 했다. 시청자들이 온전히 즐기실 수 있게 하기 위해 스태프들의 노력이 많았다.
- '청년경찰', '사자'에서도 브로맨스를 주제로 다뤘다. 이 주제에 큰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있나.
▶ 물론 저도 40대 중반이 되다보니 만화책에서 보던 일들이 흔히 일어나지는 않더라. 하지만 작품마다 브로맨스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실제 인생에서 우정, 인간 사이의 정이나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가치들이 존재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가치를 믿을 수록 좋은 세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청년경찰'이나 '사냥개들'은 현실적 이야기를 다루지만 등장 인물들은 그리스 신화 속 신들과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갔을 때 주제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것 같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주어 문장이 되는 가치라는 게 있는데 그걸 주인공이 내포하고 있다. '청년경찰'의 열정, 집념, 진심이라던가 '사냥개들'에서의 의리와 우정이라던가 하는 내용들로 인해 주인공들은 만화적으로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저는 현실적 묘사를 위해 연기 톤 혹은 시대적 배경이나 액션의 디테일 같은 것들을 통해 이야기가 현실에 발을 붙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팬데믹 하에서 일어났고 사람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힘든 상황 속에서 인류애와 사람들간의 정서적 질서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충분히 있었다.
- 영화 연출만 해오다가 시리즈 연출은 첫 도전이었다. 어려웠던 지점과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 되게 복합적인 캐릭터 서사가 필요하고 캐릭터가 플롯이 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저 같은 경우 시나리오를 쓸 때 '캐릭터 중심이냐 아니면 어떤 플롯 중심이냐'라는 어떤 두 기둥 안에서 고민을 많이 한다. 영화의 경우 캐릭터가 1막에 나오면 2막에서 줄거리가 받치고 있어야 한다. 그들이 해결해 나가는 사건이나 범죄 같은 것들이 줄거리적인 구조가 있어야 된다. 예를 들어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서 범죄를 해결하기로 한다. 이 범죄의 구조가 피라미드 형이 돼 있어서 바닥부터 깨고 올라갔을 때 진실에 도달한다든지 하는 점에서 드라마는 완전히 다른 것 같다.
드라마는 그런 식으로 구조를 짜면 8시간 동안 어떤 사건을 파내는 이야기는 그 사건의 어마어마한 어떤 신화적인 디테일이 있지 않는 이상 자칫 지루해지기 쉽다고 생각한다. 인물 자체의 어떤 전사 혹은 어떤 앙심이나 감정들이 다 플롯화돼야 하더라. 그런 걸 짜내는 것에 있어서 사실 바닥부터 했으면 어려웠을 것 같은데 원작자님이 해놓으신 큰 틀에서 저만의 어떤 살을 틔우고 관계를 맺으면서 이어지게 됐다. 저 같은 경우는 여전히 드라마든 영화든 간에 계속 배우한테 영감을 많이 얻는 것 같다.
- 류수영 캐스팅이 의외던데.
▶ 박하선과 '청년경찰'에서 만났는데 동네 이웃이다. 그래서 하선 씨와 계속 연락도 하고 각자 아기들도 있어서 교류를 하며 지냈다. 그러다 류수영 배우를 뵙게 됐고 류 배우와 사적인 자리도 갖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로맨티스트한테 '칼을 쥐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오토바이도 직접 타는 분이기에 속된 말로 "함께 새끈하게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제안드리니 류수영 배우가 흔쾌히 받아들여 주셔서 슬프고도 멋진 장면이 탄생했다. 하루 종일 액션을 찍어야 했고 회차가 길지 않아 배려도 별로 못해드렸는데 감정을 바로 잡고 멋지케 해내시더라.
- 우도환과 이상이의 호흡이 극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다. 두 배우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
▶ 액션이 캐릭터의 속성을 정의한 것 같다. 건우는 인파이터 복서였고 우진은 아웃복서였다. 팔이 길고 호리호리한 몸의 소유자여야 했다. 이런 케미는 제가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처음부터 맞는 배우를 캐스팅 해야했다. 배우가 만난 순간부터 케미가 붙어야 하는데 '멍뭉이'에서 유연석과 차태현의 만남 때도 이미 친척 형과 동생의 케미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번에도 그런 단서로 우도환과 이상이를 자연스럽게 캐스팅하게 됐다. 액션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도환은 타고난 부분이 있다. 그가 압도적으로 복싱을 잘 하기에 연출할 때 잘못 코치를 하면 이상이가 기분이 나쁠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첫 액션 영화였음에도 두 배우가 좋은 브로맨스 호흡을 펼쳐줬다.
- 건우, 우진 역 캐스팅 배경도 궁금하다.
▶ 우도환은 미소년 혹은 미청년이랄까. '나루토'로 비교하자면 사스케이고 '슬램 덩크'로 보자면 강백호보다는 서태웅과다. 미끈하게 잘 생겼고 예리하고 알파 성향이 강하고 또 과묵한 사람이다. '사자'를 함께 한 이후 계속 연을 맺고 연락하고 지내면서 강아지 발바닥 같은 젤리처럼 말랑한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사냥개들'의 스토리를 들려주게 됐다. 큰 눈망울을 지닌 골든 리트리버 같은 배우가 해줬으면 했는데 평소엔 댕댕한 면이 있다가도 엄마를 구하기 위해 달릴 때는 너무 멋지지 않나. 그게 바로 우도환이었다.
이상이는 그야말로 젠틀맨이다. 목소리도 좋고 키도 크다. 얼굴도 훤칠하게 잘 생겼다. 만나 보니 정말 웃기더라. 묘하게 웃긴 사람이었고 연기하는 것도 올드스쿨에 가까웠다. 아재 느낌도 살리면서 오묘한 표현도 잘해냈다. 자연스럽게 우도환과 케미가 나왔다. 우도환이나 이상이나 모두 노력파이고 완벽주의자다. 특히 우도환은 몸에 대해서 완벽주의자인데 벌크업을 그냥 한 것이 아니다. 지방이 없기에 어깨가 커지기 쉽지 않았다. 부상 위험도 있었는데 이상이 또한 어깨를 키우며 캐릭터도 정리되어 갔다.
- 박성웅은 역대급 악역을 선보였다. 그동안 많은 악인을 연기했지만 소름 돋는 무서움이 있던데.
▶ 박성웅 배우가 연기한 김명길에게는 압도적 피지컬이 요구됐었다. 황양중을 직접 사냥하러 나가야 하는 인물이기에 교만에 가까운 자신감과 비열함이 필요했다. 박성웅 배우가 정말 잘 살려내 주셨다. 1화에서 건우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고 웃는 표정도 너무 좋았다. 금고 속 중요 자료가 불탔을 때 분노하던 모습도 정말 잘 그려주셨다. 다양한 시도를 해주셨고 그래서 다각적 악역이 나올수 있었다.
- 최사장 역의 허준호는 이렇게 좋은 어른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멋진 캐릭터였다. 박성웅과 액션신 또한 시원하게 소화했는데.
▶ 원작에서는 최사장이 빨리 죽는다. 원작에서 주인공들이 감옥에 다녀오고나서 흑화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는데 최사장의 감정에 줄거리가 진행된다. 이 역할은 허준호 선배밖에 할 수 있는 배우가 없다고 생각했다. 3화 액션에서 전직 사냥개다운 카리스마 있는 눈빛과 목소리를 보여주시지 않았나. 작품이 공개되고 허준호 선배님이 미국에서 문자를 주셨는데 "고마워요"라고 하시며 기도 아이콘을 보내주셨더라. 선배님도 뿌듯해하시는 걸 보니 제가 연출자로서 헛되게 연출하지는 않았구나 싶어서 안도가 됐다.
- 차기작 계획도 궁금하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앤디 서키스의 제작사와 국내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와 함께 진행 중인 '요괴전'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 '요괴전'은 8개 에피소드 중 2개 정도를 썼다. 장기적으로 진행될 프로젝트이고 아직 캐스팅 전 단계다. 예산도 꽤 클 것 같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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