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4년간 특권비용 50억, 폐지해야…공천도 국민이"
장기표 "국회의원 후원금은 선거운동비" 헌법소원 알려
김진표-김기현-이재명 참석요구 묵살돼…국회 진입은 자제
원로 박찬종 "국회 특권 21대서 절정…여야 '개판' 난형난제"
"함께 공직자 특권을 폐지함으로써 민주·명예 정치혁명을 이루도록 합시다",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놈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주인인 국민이 들어가야 한다". 186가지에 이른다는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외치는 장외 시민운동에 '고위공직자 특권 폐지', '정당 공천제 폐지' 등 날선 요구가 더해졌다. 현직 국회의원 참여도 7명으로 늘었다.
'영원한 재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상임대표로서 주도하는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이하 특본, 공동대표 장기표·박인환·최성해)는 제헌절 제75주년인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 도로에서 '7·17 특권폐지 국민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나라지킴이고교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 등 약 500~1000명이 참여했다.
지난 5월31일에도 특본은 5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집결한 '5·31 특권폐지 인간띠 국민행동의 날' 집회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번엔 전국적인 폭우 피해와, 집회 연기까지 고심했던 장기표 상임대표가 전국에서 상경할 회원들에게 '위험하다면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인파가 줄었다. 주최측은 수해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도 잊지 않았다.
주최측에선 최성해 공동대표(전 동양대 총장)가 "가장 우리나라에서 힘이 좋은, 저(국회의사당) 속에 들어가 있는 괴물들과 전쟁을 하려니까 참 힘들다"며 "저 세력을 온순한 양의 세력으로, 정말로 국가를 사랑하는 세력으로 만들기 위해선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 특권폐지 운동을 여러분 앞에 진실된 마음으로 선포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특본은 조형곤 대외협력위원장(전 EBS 이사)이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 '정치자금법 제13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며 제도권 내 투쟁 상황을 보고했다. 국회의원이 연 1억5000만원 후원금을 받을 수 있고, 총선거뿐만 아니라 '전국 선거가 있는 해'마다 2배 한도(3억원)로 후원받을 수 있는 점이 "과잉금지와 평등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장 상임대표는 "'선거가 있는 해'에, 3억원까지 후원금 받는 건 헌법에도 위배된다는 걸 확인해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며 "(국회의원) 보좌진이 7명인 것도 아주 잘못됐는데, 또 한두명을 지구당에 선거운동하라고 보내놓는다. 공무원이 선거운동하면 안 된다. 운전기사로도 시키는데, 후원금이란 건 전부 다 선거운동비"라고 비판했다.
특본은 국회를 향해서도 지난달 26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낸 공문으로 '7·17 국민총궐기대회 참석 여부를 7월5일까지 회신하고, 불가하다면 이유를 설명하라'는 통첩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양당 대표는 수해현장 방문으로 여의도를 떠나 있었고, 김진표 의장까지 응답하지 않았다.
장 상임대표는 이들이 자격없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국회의원 해임한다"고 했다. 당초 의장·대표 사무실 진입도 예고했지만, 경찰의 사전 통제 등으로 실행하진 않았다. 다만 "엄청난 성과"로 지난달 교섭단체 대표연설 당시 이재명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 시사, 김기현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폐지 및 무노동 무임금 서약 선언을 들었다.
그는 또 "민주당의 혁신위는 물론이고 민주당 의원 중 31명이 의장 앞으로 불체포 특권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장외투쟁의 성과로 풀이했다. 또 "이 국회의원 떨거지들의 믿지 못할 약속보다 큰 성과가 있다. 지금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특권 폐지가 광범한 국민의 공감을 일으킴으로써 시대정신이 된 게 최대 성과"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국회의원 특권은 파렴치한, 위헌 특권"이라면서 1억5500만원의 국회의원 연봉에 대해 "다른 공무원은 구속되면 반으로 삭감되고 지자체장들은 70%, 3개월 지나면 40%인데 국회의원만 궐석되든 재판을 받든 월급이 꼬박꼬박 다 나온다. 심지어 (구속 중인) 정찬민 의원 사무실은 문이 잠겨있어도 의원·보좌진 월급이 다 나온다"고 지적했다.
장 상임대표는 "국회는 어떠한 특권을 누려도 누구도 시비를 제대로 안 건다"며 "특권이 많이 보장되면 될수록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외면하게 돼 있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월급이 근로자 평균임금에, 보좌진은 의원 2명 당 1명이다. 일반국민과 똑같이 살고 업무상 볼일에도 (항공기) 이코노미석만 타야한다는 법 규정이 있다"고 대조했다.
또 "공직자들 정신 차려야 한다. 작년 영국 싱크탱크인 '레가툼'에서 조사한 한국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전 세계 167개국 가운데 114등이다. 사법기관 신뢰도는 155등, 정부 신뢰도는 110등이다. 경제력 10위의 나라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100등 넘어 꼴찌란 게 부끄러운 것"이라며 "결정적인 원인은 특권을 누리는 데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위공직자 특권을 폐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화이고 정치혁명"이라며 "총칼과 민중봉기 수단을 거치지 않고 우리 국민들이 평화적인 집회·시위로 이 국회의원 특권폐지 정치혁명을 이룩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민주 명예혁명"이라며 "국민을 이기는 국회의원, 국민을 이기는 국회와 정권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원로 박찬종 전 5선(9·10·12·13·14대) 국회의원이 이날 연사로 참여해 '특권 확대사(史)'도 전했다. 그는 "9대에 처음 국회의원이 됐는데 지금의 태평로 서울시의회 건물이 국회의사당이었다. 그 건물이 좁고, 소속 상임위 회의장이 길 건너편 빌딩들에 세를 얻어 있었기 때문에 회의장 찾아다니는 데 혼란을 일으킬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또 "국회의원에게 비서·보좌관, 국고로 지급되는 게 한푼도 없었다. 의원회관은 물론 없었다. 9대 국회 말에 지금의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옮겼는데 그때도 의원회관은 없었다"며 "그 국회의원 특권이 87년 6·29(민주화선언) 이후부터 야금야금 늘어나기 시작해 16대 국회 이후 지금 21대 국회는 특권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박찬종 전 의원은 "불체포특권은 말할 것도 없고 국회의원 1인당 지급되는 국가예산이 보좌진, 사무실, 국영 항공·철도 이용료 전부 해서 4년 임기에 50억원이다. 300명 의원에게 4년간 1조5000억원이란 천문학적 특권비용이 지출된다"며 "어마어마한 특권을 갖고도 헌법 1·2조에 따른 국민이 명령한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또 "헌법 46조에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고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라고, 8조에 정당은 민주적으로 운영돼야하고 국민 정치의사를 수렴하는 데 필요한 조직이어야 한다고 돼 있다"며 "민주당은 이재명이란 자가 당대표가 돼 헌법 46조·8조를 깔아뭉개고 국회를 개판으로 만들고 있고 국민의힘 110명도 난형난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총선 공천을 지목해 "실세에 줄서기에 골몰하다보니까 양심의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국민이 시키는대로 하지도 못한다"며 "특권 폐지만 얘기해선 안 되고 공천제도를 폐지하고 이재명을 몰아내라, 국민의힘도 어깨 힘주고 뻐기고 공천 영향미치는 놈들을 모조리 몰아내야 한다. 그 자리에 주인인 국민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본은 이날 공천제도를 비판하며 특권폐지 대열에 합류한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에게 '갈릴레오 패'를 시상했다. "특권 특혜가 화석처럼 굳어져 있는 국회의원의 집단의식에서 벗어나 특권폐지의 시대적 당위와 필요를 용기있게 천명했다"는 취지다. 같은 당 최재형·조경태·이종배·강대식·권은희 의원, 무소속 양향자 의원에 이은 7번째다.
한편 장 상임대표의 정치적 동지인 이희규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도 연설에 나서 특권폐지운동을 북돋았다. 그는 "장기표란 한사람이 시대의 양심"이라며 "(재야 시절) 9년 감옥살이를 했고 12년 동안 도망을 다녔다. 민주화의 화신이고 투사다. '가짜 투사'들이 생판 불법점령한 것과 똑같은 이 사회 현실 속 자기 특권이 뭐였나"라고 반문했다.
이희규 전 의원은 "세습을 통해, 민주화유공자가 돼 수억에서 수십억 받아가는 파렴치한 선구자가 아니라 '나는 수억이 아니라 수십억 수백억이 나와도 그 특권 갖지 않겠다' 해서 장기표가 이 시대의 양심"이라며 "죄를 져도 감옥에 가지 않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폐지시켜야만 이 나라가 부패에서 깨끗한 나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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