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내가 겪고 있는 치매

곽아람 기자 2023. 7. 1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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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가 최근 FDA에서 정식 승인되었습니다.

치매에 걸린 당사자, 그리고 치매 환자를 부모로 둔 가족들에게 희소식이었지요.

그래서 지난주 북스 특집은 ‘치매’를 주제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100세 시대의 인간에게 치매는 죽음보다 더한 공포입니다.

죽음 이후의 모습은 알 길이 없어 미추(美醜)를 가리기 힘들지만, 치매는 다르지요.

방금 밥 먹은 것도 잊어버리고 밥 차려 내라고 며느리에게 행패 부리는 노인,

무작정 집을 나와 길을 잃고 배회하는 노인,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자식들을 고생시키는 노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치매의 이미지는 이렇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1년 88.6만 명이었던 국내 추정 알츠하이머 환자 수는

2030년 127.2만 명, 2050년 271만명으로 증가할 추세라고 합니다.

최근 치매 관련 책의 가장 큰 흐름은 당사자성입니다.

비교적 진행이 늦은 치매에 걸린 사람이 치매에 걸린 이후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책이 유행하는 것이죠.

이들은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치매에 걸린 사람에게도 ‘인격’이 있으며,

치매 이전과 같은 태도로 그들을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여러 책 중

일본 치매 전문의 하세가와 가즈오가 자신이 치매 당사자가 되어 쓴 책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와

영국 국민의료보험 비임상팀 팀장 웬디 미첼이 쓴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엄선해 함께 소개했습니다.

치매 환자에게 “빨리 하라”는 금물… 식기는 음식과 구별 잘되는 색으로

“지나치게 똑똑한데다 자기가 똑똑한 여자라는 걸 과시하고 아주 건방지다.”

월간지 ‘여학생’ 1966년 4월호는 어떤 직업에 대한 통념을 이런 문장으로 설명합니다.

과연 무엇일까요? 교수? 의사? 변호사? 정답은 ‘기자’랍니다.

허윤 부경대 교수의 ‘위험한 책읽기’(책과 함께)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책은 광복 이후 한국사회에 등장한 소설, 잡지, 순정만화 등을 검토,

책읽기가 어떻게 한국 여성들을 ‘위험한 사상가’로 만들었는지 추적합니다.

‘여학생’은 1965년 창간되었죠.

1966년 4월, 편집장 조윤식은 창간 취지를 이렇게 밝힙니다.

“내일의 모성을 위해서라기보다 여성의 진화를 위해서는 현실의 소녀상이 좀 더 밝아져야 하고 그 어진 개화를 위해 ‘여학생’은 밑거름이 되고자 합니다.”

취지에 맞게 잡지는 1966년 3월호부터 진로 지도 특집을 게재합니다.

산업화 사회에 발맞춰 뛰어난 여성 노동력을 공급해야한다 생각했지만,

시대의 한계란 어쩔 수 없어 ‘여성성’을 해치지 않으며,

결혼과 출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직업을 우선 권합니다.

의사는 개업하면 가정살림과 동반할 수 있으며,

공무원은 근무시간이 확실해 안정된 직업으로 추천되었답니다.

반면 기자와 운전수는 결혼이 늦어질 수 있고, 결혼하면 지속할 수 없는 직업이라 못박았다네요.

‘여학생’은 1990년 11월 재정난으로 폐간되었습니다.

같은해 12월 한국여기자협회는 연간지 ‘여기자’를 창간했고요.

‘똑똑하고 건방진’ 여자들이 주축이 된 이 잡지는

지난 2021년 특정 직업군에 ‘여(女)’를 붙이는 것이 더 이상 사회 흐름과 부합하지 않는다 여겨

‘저널W’로 이름을 바꿨지요. 세월은 흐르고 시대는 변화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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