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김건희 여사의 가방과 '명품쇼핑', 그리고 우리 언론
미디어오늘 1410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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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등 해외순방길에 오른 김건희 여사의 행보와 관련해 많은 언론은 이렇게 보도했다. 평소 친환경을 중시하고 친환경 소재로 만든 합리적인 가격대의 국내 가방을 들었던 김건희 여사이기에 이번 순방길에서도 환경친화적인 국내 제품들을 많이 알릴 것이라고.
김건희 여사가 순방길을 떠나면서 순항기 출입문 끝에서 손을 흔드는 사진은 언론의 단골 보도 내용이다. 김 여사가 든 가방이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특정 제품의 이름과 가격, 그리고 그 안에서 메시지를 찾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파리 순방길에 오른 김건희 여사 사진을 싣고 김 여사가 멘 가방이 화제라며 “김 여사가 평소 들고 다니는 가방에 3가지 철학이 담겨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며 “첫째는 국내산 브랜드라는 점. 둘째는 중저가로, 국민들 눈높이를 고려했다는 점. 셋째는 친환경으로 ESG를 추구하는 제품이라는 점”이라고 보도한 내용이다.
패션 본고장인 파리에 국내 대표 브랜드를 들고 갔다며 국내 제품 알리기의 철학이 담겨 있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선택한 것도 “지속 가능한 지구 만들기에 동참한다는 철학”이라는 식이다. 공식 출고가와 가방 업체 대표의 인터뷰까지 포함된 보도를 보면 마치 김건희 여사를 모델로 한 가방 홍보 보도라고 착각할 정도다.
다른 매체는 김 여사가 멘 가방이 또 완판됐다면서 “대중은 단순히 선망하던 유명인의 아이템을 모방 소비하는 게 아니라 가치와 신념을 소비로 드러내는 '가치 소비'에 집중한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김건희 여사가 든 가방은 여러모로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데 그동안 우리 언론 보도 행태는 과유불급의 모습을 보였다. 김 여사가 든 가방 알고 보니 명품이 아니어서 '반전'이었다는 식의 보도는 'K-컬처 영업사원'이 되겠다는 김건희 여사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여사의 소탈한 이미지 형성에 언론이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인상만 주고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되묻게 한다.
이런 가운데 리투아니아에서 김 여사의 '명품 쇼핑' 문제가 현지 언론에 보도되고 대통령실이 부적절한 해명을 내놓으면서 우리 언론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본다. 국내 수해 피해 문제와 대비해 김 여사가 순방길에서 경호원을 대동하고 사적인 쇼핑을 한 것은 대통령실의 정무적 판단이 흐려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현지 매장의 호객행위로 들렀다'라는 대통령실 입장도 화를 키웠다. 당장 이런 해명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며 쇼핑 구매 비용 등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라(한겨레)는 지적과 함께 “대선 당시 공언했던 '조용한 내조'가 아니라 권력을 제약 없이 행사하기 위해 제2부속실을 폐지한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경향신문)며 여사의 공적 역할에 대한 사실상 제어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대중은 그동안 김 여사의 가방에 주목했던 우리 언론에도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여사를 향한 질타는 우리 언론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철학이라느니 완판이라느니 한껏 셀럽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언론이 '명품 쇼핑' 논란에 말을 얹을 자격이 있느냐 말이다. 김 여사의 쇼핑이 개인 일정을 소화한 것이며 개인 사생활 침해라고 둘러댄다면 얼마나 이중적으로 보이겠는가. 여사의 쇼핑 문제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럼 김건희 여사 가방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나라는 반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번 문제는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 기회에 김건희 여사로 인해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점검하고 제2부속실과 같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영부인으로서 해야될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게 바로 언론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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