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자금이탈 사태에 전문가 의견은?…감독 체제 미흡 지적도
감독 체제 미흡, 새마을금고 위기 초래한 원인
전문가 "새마을금고 감독권, 금융당국으로 이관해야"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새마을금고 자금이탈 사태가 안정세에 접어든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정부와 함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사항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앙회와 단위 금고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을 강조하며 새마을금고 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감독 체제 미흡을 지적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이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최근까지 위기설 등 각종 루머에 휩싸이며 몸살을 앓았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지난 6월 말 기준 연체율이 6%대까지 급등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말 3.59%였던 새마을금고의 전체연체율이 6.18%(6월 29일 기준)로 급등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일부 지점들이 부동산 경기 둔화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줬다는 분석이다. 행정안전부가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새마을금고의 건설·부동산업의 대출 잔액은 2019년 말 27조200억 원에서 올해 1월 56조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연체율이 높은 일부 지역 금고가 폐점 후 합병된 부분도 소비자 불안을 증폭시켰다. 600억 원대의 부실 PF로 문제가 된 남양주 동부새마을금고는 폐업했고 남양주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됐다. 이에 새마을금고 고객들은 동네 금고가 폐업 후 합병된다는 소식에 주목하며 일부 금고에서는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몰리기도 했다.
일부 부실 금고의 연체율이 금고 전체 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대책을 내놓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1일 0시부터 6일 밤 12시까지 중도 해지한 새마을금고 고객 중 이달 14일까지 재예치를 신청한 경우 당초 약정 이자를 복원하고 비과세 혜택도 유지하겠다는 대책을 냈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재예치 기한을 1주일 확대해 재예치 대상을 1~14일 동안 중도해지한 예적금 고객으로 변경했다. 신청기한은 오는 21일까지다. 이에 따라 중도해지 후 재예치한 건수는 17일 오후 2시 기준 2만여 건을 넘겼다. 지난 12일 오후 2시 기준으로는 1만2000건이 재예치됐다.
새마을금고를 관리하는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차관과 금융위원장 등 고위직 인사들이 새마을금고에 예금을 예치하기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새마을금고에 예금자보호 한도(5000 만 원)를 넘는 6000만 원을 예금하며 새마을금고는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에서 열린 '한화생명 상생금융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노력을 믿어주시고 신뢰해 주셔서 지난주에 불거진 새마을금고 관련 불안감이 이번 주부터 잦아들고 있다"며 "사태 발생의 원인은 무엇인지, 개선의 여지는 없는지 중장기적으로 정부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과거 신협 사태나 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한 경험이 많은 다수의 전문 요원들이 새마을금고의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다시 말씀드리지만 새마을금고 관련 걱정은 국민께서 정말 안 하셔도 된다. 그만큼 정부가 잘 관리하고 있다"고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다만 새마을금고를 관리하는 주무부처를 기존 행정안전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이관하자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입법 노력 등을 통해 합리적이고 관리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새마을금고의 업무 소관이 어디인지를 떠나서 금감원은 정부 요청에 따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 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감독 체제 미흡을 꼽고 있다. 국회에서도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이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이관 논의는 국회에서 과거에도 수차례 발의됐으나 무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마을금고의 신용사업에 대한 감독권을 행안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안'을 13일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존 새마을금고법 74조에서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에 대해서는 주무부장관이 금융위원회와 협의하여 감독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금융위원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고의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에 대하여 감독을 하고 이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현재 신협과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 등 다른 신용사업은 금융위원회가 건전성 관리를 하고 있다. 이와 달리 새마을금고는 행안부가 주관부처로 금감원이 검사를 수행할 수 있지만 행안부 사전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마을금고는 행안부 지역금융지원과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의 총인원은 13명이다. 총자산이 284조 원에 달하고 금고 수가 1294개에 달하는 새마을금고를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라고 지적했다.
안 연구원은 "새마을금고는 행안부 소관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직접적 개입이 어렵다. 부동산 대출과 관련해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사와는 다르다"며 "타 은행과 다르게 매달 금융감독원에 연체율을 보고할 의무도 없다. 국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의 규제에서도 자유롭다"고 꼬집었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도 새마을금고 감독 권한을 금융위로 이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현황에 대해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감독하는 절차들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감독당국이 직접 관리하는 금융기관이 아니다 보니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지 않았나 싶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 기능을 금감원이 수행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개별 금고 지점의 무모한 대출 전략과 감독 기구인 행안부의 무능이 합작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다만 전 교수는 "정부는 감독기구를 금융위로 이관하고 5000만 원 초과한 거액 예금자 보호는 물론 부실 금고지점의 출자자까지 보호하면서 도덕적 헤이를 양산하려고 하는 듯하다. 이 방안의 문제점은 기본적으로 은행처럼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금고에 대해 새마을금고는 이제 은행만큼 안전하다는 거짓된 환상을 심어줄 위험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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