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험프리스에서 바라본 한반도 안보 [남성욱의 동북아 포커스]

2023. 7.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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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 하나로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
70년 지속됐지만 '당연한 동맹'은 없어
강력한 한미동맹이 북한 도발 무력화
주한 미군이 지난해 5월 4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공습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평택=AP 연합뉴스

최근 청포도가 익어가는 뙤약볕 속에 세계 최대 해외 미군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를 방문하였다. 수시로 굉음을 내며 공격용 아파치 헬기가 뜨고 내리는 가운데 차로 영내를 한참 다녀도 끝이 잘 안 보였다. 여의도의 5배, 판교 신도시의 1.6배 면적인 14.67㎢로 미군과 군무원 등 종사자와 가족 등 4만3,000명이 거주하고 있어 미국 소도시를 연상시켰다. 미국 내에 있는 5개 미군기지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미군기지로, 지난해 주요 인원의 이전이 완료되었다.

우리 정부는 2000년대 중반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을 수정하여 용산기지와 미 2사단 등 수도권 미군기지를 대거 이전키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 험프리스 기지는 당초보다 규모가 3배 확대됐다. 2006년 기지를 기존계획부지에서 서북쪽으로 10㎢ 면적을 넓히면서 대추리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했다. 초기에 토지 보상금을 받고 일찍 외곽에 논밭을 구입하였던 주민들의 자산은 크게 증가하였으나, 마지막까지 반대하였던 거주민들은 인근 토지가격 상승으로 평택시 먼 외곽으로 이주하였다는 동네 어르신의 설명이 귀에 들어왔다.

필자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속내는 북한이 화성-18형 ICBM을 발사하고 한국전쟁 정전협정(7월 27일)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을 맞이하여 한미동맹의 실체를 전장에서 체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현장에서 작동되는 곳이 캠프 험프리스다. 1953년 10월 1일 이승만 대통령의 결기로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6개 항으로, 4번째 항목이 주한 미군의 한국주둔 관련 내용이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5조에 따라 한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시설과 구역을 부담하였다. 전쟁 종료 후 미군의 철수로 한반도 세력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이승만 대통령의 고육지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되었다.

미군이 평택으로 떠나고 용산은 120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의 전랑외교(戰狼·늑대전사)와 함께 중국 전투기와 함정들이 대만해협에 거친 파고를 일으키고 있다. 평택기지와 미 공군이 있는 오산기지는 일본의 오키나와 및 괌 기지와 함께 동북아시아에서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는 동북아의 허브(hub) 기지가 될 수밖에 없다.

70년 전 1인당 국민소득 단돈 7달러의 최빈곤 국가가 초일류 군사 강국과 배짱 하나로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허약함은 침략을 부른다(Weakness invites aggression)’는 역사적 교훈에서 출발하였고, 오늘날 한반도 안보를 수호하는 인계철선이다. 캠프 험프리스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소가 부여되며 자체적으로는 미국 영토로 간주하기 때문에 주한미군 부대가 타격받으면 100% 개입할 수밖에 없다. 수백 장의 동맹 문서보다 주한미군 부대가 하나 들어와 있는 게 훨씬 안전한 보증이 된다. 캠프 험프리스의 존재는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은 물론 제3국들이 한국을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외교적 기제가 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예견한 자손만대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후손들의 합심과 노력이 중요하다. 세상에 당연한 일은 없다. 불가사의하게 70년간 한미동맹이 유지되었지만 당연한 동맹은 없는 법이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 정찰기에 대한 격추 위협과 함께 우리를 대한민국으로 부르며 적대국으로 간주하여 대적 행위에 나설 것임을 경고하였다. 강력한 억지력을 기반으로 하는 한미동맹만이 육상 및 해상을 넘어 하늘에서 도발을 획책하는 평양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도전과 역경을 극복하고 동맹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을 지속해야만 캠프 험프리스도 존속할 수 있다는 만감을 가지고 삼복더위에 진행된 투어를 마쳤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18대 민주평통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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