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사태 덮친 윗마을 위해 밥 짓는 아랫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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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 산사태로 갈 곳을 잃은 경북 예천군 마을 주민들이 마주한 현실은 처참하다.
한평생 삶의 터전이 흔적도 없이 휩쓸려 내려간 것도 모자라 이웃들이 사망 혹은 실종됐다는 소식에 인근 경로당에 피신한 이재민들은 그저 망연자실한 상태다.
예천군에서도 산사태 피해가 가장 컸던 윗마을 상백(上白)마을 주민들을 위해 아랫마을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 마을 주민들은 남아 있는 식재료를 동원해 밥과 반찬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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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의 직격탄을 피해 간 곳도 사정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을 전체에 수도가 끊기고 오가는 도로도 토사에 막혀 쑥대밭이 된 탓에 하백마을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이 마을 주민들은 남아 있는 식재료를 동원해 밥과 반찬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식음을 전폐하던 이재민들은 그런 이웃의 정성에 다시 숟가락을 뜨기 시작했다고 주변인들은 전한다. 상실감과 공포, 불안에 떠는 이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인정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국 각 지역의 이재민 대피소에는 각종 구호물품과 함께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랑의열매 등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모금에는 사흘 만에 3억 원이 넘는 성금이 모였다. 6000명이 넘는 이재민들에게 도움이 될 반가운 움직임이다. 실종자 수색이 아직 진행 중인 시점에 또 한 번의 물폭탄까지 예고돼 있어 더 많은 지원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치권도 여야 지도부가 수해 지역을 잇달아 찾으며 피해 복구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과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면서 벌써부터 ‘수해 정쟁’이 일 조짐이다. 담당 지역에는 비가 안 왔다며 주말 골프를 치러 갔다가 논란이 되자 “트집 잡지 말라”며 되레 큰소리를 친 광역지자체장도 있었다. 고통받는 이재민들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12년 만에 최대 피해를 낸 이번 수해 복구를 위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이럴 때 돕고 사는 것”이라며 가진 것을 나누는 이웃들의 격려와 응원만큼 힘이 되는 것도 없다. 정부와 정치권 또한 약속대로 상호 비난과 삿대질을 멈추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응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비롯한 지원 및 복구책 마련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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