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곡물협정 종료"…세계 곡물가격 급등 우려

김광태 2023. 7. 1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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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흑해곡물협정의 사실상 종료를 발표했다.

결국 유엔과 튀르키예(터키)가 중재에 나섰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정을 맺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의 흑해함대를 공격했다면서 협정 참여를 중단했다 복귀했고, 지난 4월과 5월에도 러시아가 선박 검사를 거부하면서 협정 이행이 수일간 중단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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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벌인 무장 반란사태 이후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으로 회담하는 자리다. [모스크바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밀밭[AP=연합뉴스]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흑해곡물협정의 사실상 종료를 발표했다. 이에 곡물 가격과 식량 위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자국 요구가 수용될 경우 협정에 즉각 복귀할 것이라며 협상을 위한 여지도 남겼다.

17일(현지시간) 타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흑해곡물협정은 오늘부터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앞서 밝힌 대로 협정의 데드라인은 17일(오늘)"이라며 "불행히도 러시아 관련 사항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고, 따라서 협정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협정이 중단됐지만,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는 즉시 러시아는 협정 이행에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점령 중인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에 대해 벌어진 공격은 이번 협정 종료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협정에 대한 입장을 이번 사건 이전에 이미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다. 러시아의 침공 전인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보리 3위, 옥수수 4위, 밀 5위 수출국이었다. 우크라이나는 곡물의 95%를 오데사항 등 흑해 연안 항구를 통해 수출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길이 막히자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발생했다. 협정 체결 직전인 지난해 6월 세계 밀과 옥수수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56.5%, 15.7% 급등해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난이 고조됐다.

결국 유엔과 튀르키예(터키)가 중재에 나섰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정을 맺었다.

곡물 협정이 타결된 뒤 우크라이나는 오데사항 등 3개 흑해 항구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3290만t(톤)의 곡물을 수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국 농산물과 비료의 수출을 보장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협정은 지난 5월 17일 3번째로 연장된 뒤 이날 2개월의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러시아는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의 공격이나 협정 이행 여부 등을 문제 삼아 여러 차례 협정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의 흑해함대를 공격했다면서 협정 참여를 중단했다 복귀했고, 지난 4월과 5월에도 러시아가 선박 검사를 거부하면서 협정 이행이 수일간 중단된 적이 있다.

러시아는 자국 관련 협정 사항이 이행된다면 협정에 복귀할 것이라고 했으나,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서방의 제재와 직결된 문제로서 근본적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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