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칼럼] 반카르텔 정부의 관료 개혁
집권 2년 차 공직 사회에 주문
솎아내기식 인적 쇄신으론 한계
개혁 대상·명분 설득할 수 있어야
“우리 정부는 반카르텔 정부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5명을 포함해 신임 차관들에 임명장을 주면서 한 말이다. 집권 2년 차 첫 내각 개편 이후 공직 사회에 던진 대통령의 국정 메시지다. 대통령은 여러 차례 자기들끼리 이익을 독점하는 집단(카르텔)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카르텔 정부’라는 모자를 쓰고 신임 차관들에 ‘카르텔과의 전쟁’을 주문한 데는 지금껏 공직 사회가 이권 집단에 단호하게 대응하지도, 그럴 의지도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공무원들”을 솎아내고 인적 쇄신을 통해 관료 집단에 대한 통제력을 키우라고 내각에 지시한 셈이다.
관료를 믿지 못한 문 정부는 ‘청와대 정부’를 만들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청와대 인력, 규모를 키웠고 대북외교안보 정책은 물론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규제, 탈원전 등을 주도했다. 윤석열정부의 ‘차관 통치’ 또한 대통령실이 드라이브 거는 국정 과제를 뒷받침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여소야대 국회의 인사청문회 후유증 탓에 장관을 바꾸기 어려운 처지를 감안해도 대대적인 차관 인사는 전례가 드물다. 이에 대해 전직 차관급 인사는 “노루목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차관들은 부처 내 인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사실상 인선에 핵심 역할을 한다. 대통령이 신임 차관들에 각별히 당부한 사안도 ‘정확한 인사 평가’다. 실제 부처 내 1급 공무원들에 일괄 사표를 받은 환경부는 국정 기조에 맞춰 후속 인사를 준비 중이고, 대통령이 ‘북한 지원 부서’가 아니라고 못박은 통일부도 장관 교체와 함께 대폭 물갈이를 예고했다. 몇 번의 정권교체기를 겪으면서 이미 재량은 없고 책임만 진다고 학습한 공무원들이 이번에는 바뀔까.
노루목을 찾았다고 노루를 잡는 건 아니다. 노루를 잡을 기술이 있어야 한다. ‘관료 커뮤니티’ 폐해를 지적한 김병준은 언론 인터뷰에서 “관료 집단을 이끌 철학과 단단한 정책 방향, 그들을 설득할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선출된 권력이 임기 내 국민에 약속한 개혁을 이루려면 공직 기강을 잡고 관료 집단을 움직여야 한다. 지지부진한 국정 결과에 관료 핑계를 대는 건 권력의 실패일 뿐이다. 대통령 말대로 이권 카르텔과 가차없이 싸우려면 공직 사회가 자신들이 싸워야 할 상대와 목표부터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설득 없이 솎아내기식 인사로는 관료 사회의 복지부동만 더 키운다는 게 역대 정부의 레거시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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