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전세계 부동산 열병… 고통은 서민 몫

서필웅 2023. 7. 17. 23: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스트레스 가득했던 몇 개월의 시간이 끝났다.

얼마 전 이사를 끝마쳤기 때문이다.

불안과 의심이 가득한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어렵게 우리 가족의 뒤를 이을 새 전세계약이 체결되고, 마침내 이사를 가게 됐다.

마침 이 시기 신문과 방송에는 역전세난으로 고통받는 세입자들과 전세사기 이야기가 가득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가득했던 몇 개월의 시간이 끝났다. 얼마 전 이사를 끝마쳤기 때문이다. 이사가 처음이 아니었는데도 이번엔 모든 과정이 유난히 힘들었다. 무엇보다 기존 집 전세가 빠지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집주인’이라 부르는 임대인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고집했다. 불과 1년 전 한창 전세 시장이 뜨거울 때의 기억이 남아있는 그들로서는 가격을 내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우리 가족은 애가 탔다. ‘과연 우리가 수억원에 이르는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의 뒤를 이을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수없이 많이 집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한창 언론을 뜨겁게 달구는 전세 사기로 모두가 의심이 가득했던 시기였던 탓이다. 집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불안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혹시 내가 사기에 연루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 역시 이해한다. 수억원의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전세 계약을 이런 흉흉한 시기에 맺어야 하는데 모든 것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필웅 국제부 기자
불안과 의심이 가득한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어렵게 우리 가족의 뒤를 이을 새 전세계약이 체결되고, 마침내 이사를 가게 됐다. 4년 가까이 살면서 정도 많이 들었던 집이었는데 속이 후련했다. 마침 이 시기 신문과 방송에는 역전세난으로 고통받는 세입자들과 전세사기 이야기가 가득했다.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세입자의 고통을 고스란히 겪었던 셈. 이 시기 우리 가족은 인간의 삶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가 흔들리며 삶의 질 자체가 추락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우리 가족은 일이 잘 해결됐지만 누군가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고통을 경험했을 것이다. 고통 끝에 추락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통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비상식적인 경제 환경 영향 속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이상 흐름에 빠져있는 탓.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탈출하기 위해 각국이 저금리를 이어가며 돈을 풀었고, 이 여파로 생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관리하기 위해 이번엔 금리를 대폭 올렸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정책이 불과 몇 년 동안 이어졌으니 시장 흐름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상업용 부동산 침체 속 도시 전체가 급속히 슬럼화하고 있는 미국, 치솟는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거리로 나선 포르투갈인 등 나라마다 경제환경이 달라 양상이 다를 뿐 정상적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 피해의 대부분은 서민의 몫이라는 점이다.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 위기를 자산을 가지지 못한 약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 언제나 불안과 의심, 고통은 서민들의 몫이다.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보금자리가 부 증식의 수단이 되면서 모든 부작용이 시작됐다. 언제까지 삶의 안정과 행복의 기본이 되는 집을 가지고 이어지는 돈놀이가 계속될까. 최근 다시 부동산 시장이 꿈틀댄다는 뉴스를 보면서 한숨만 나온다.

서필웅 국제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