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나의 정원
2023. 7. 1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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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든 꽃을 돌보는 일을 "떠난 사람을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라 말한다.
시든 꽃을 말리거나, 그 꽃에 매일 물을 주거나.
더는 자라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어김없이 "지켜주고 키워주고 보듬는" 일.
이렇게 성실한 사랑을 실천하는 이라면 "묵묵한 날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내일을 하는 수 없이 살아간다 해도, "어제보다 오늘 더 꽃이 아닌 꽃이 되어간다" 해도 삶의 정원에 물을 주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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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시든 꽃을 말리는 것이
떠난 사람을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라 했다
시든 꽃에 매일 물을 주었다
다시 피어나지 않을 약속을 알지만
떠나보지 않았다면
꽃은 밤이 슬픔임을 알지 못했을 거야
더는 자라나지 않는 감정을
지켜주고 키워주고 보듬는 오늘은 무얼까
아끼는 날들에 내일이 없는데
묵묵한 날들이 줄을 지어 서 있고
말린 꽃은 어제보다 오늘 더 꽃이 아닌 꽃이 되어간다
우리처럼
(후략)
묵묵한 날들이 줄을 지어 서 있고
말린 꽃은 어제보다 오늘 더 꽃이 아닌 꽃이 되어간다
우리처럼
(후략)
시인은 시든 꽃을 돌보는 일을 “떠난 사람을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라 말한다. 시든 꽃을 말리거나, 그 꽃에 매일 물을 주거나. 더는 자라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어김없이 “지켜주고 키워주고 보듬는” 일. 누가 뭐래도 ‘사랑’이다. 때로 사랑의 진위는 이별한 뒤 더욱 선명해지는 법.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한다. 사랑의 태도와 삶의 태도는 그리 다르지 않다고. 이렇게 성실한 사랑을 실천하는 이라면 “묵묵한 날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내일을 하는 수 없이 살아간다 해도, “어제보다 오늘 더 꽃이 아닌 꽃이 되어간다” 해도 삶의 정원에 물을 주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들어버린 나날 가운데 보이지 않는 무언가 분명 자라고 있음을 기필코 알게 될 것이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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