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 아냐, 길 뚫렸다” 물난리 났는데 환불 거부한 펜션

문지연 기자 2023. 7. 17. 23: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5일 충남 공주시 옥룡동 다세대 주택 단지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충남 지역 집중호우로 예약한 펜션에 갈 수 없게 된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사연이 전해져 논란이다.

당사자인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15일 충남 공주의 한 펜션을 이용하기로 했다가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을 요청했던 과정을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전날인 14일 거센 장맛비를 우려해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을 요청했으나 업주 B씨로부터 거절당했다. 규정상 전일 및 당일은 전액 환불이 불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B씨는 만약 당일 천재지변으로 펜션을 못 오게 될 경우 환불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튿날 공주에는 오전부터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상황을 지켜본 A씨는 펜션을 가지 못할 정도로 기상이 악화됐다고 판단해 B씨에게 재차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B씨는 또 한 번 이를 거절했다. A씨는 “아침부터 공주 지역에 재난 문자가 10개 이상 왔다. 그런데도 B씨는 ‘본인 펜션에 오는 길은 막힌 곳이 없으니 올 수 있다’며 환불을 못 해준다고 하더라”고 했다.

펜션 예약 취소와 환불을 요구한 A씨가 업주 B씨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공개된 문자메시지를 보면 B씨는 “(펜션으로 오는) 모든 방향 정상 진입이 가능하니 펜션 이용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음을 알린다”며 “그리고 자꾸 천재지변 말씀하시는데 정부에서 보내는 문자는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전문자”라고 주장했다. 정부 안내 문자는 펜션이 있는 지역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며, 주의 수준이기 때문에 천재지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기후변화 또는 천재지변으로 숙박이 불가한 경우 숙박·오토캠핑장 시설 예약 취소로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천재지변은 ‘기상청이 강풍·풍랑·호우·대설·폭풍해일·지진해일·태풍·화산주의보 또는 경보(지진포함)를 발령한 경우’로 한정된다.

15일 새벽 충청권에 쏟아진 폭우로 충남 공주시 공산성(사적 12호) 내 만하루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A씨의 경우는 여기에 해당할까. 15일 공주에는 이틀 만에 500㎜의 물폭탄이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당일 호우경보가 발령됐고 금강교에는 홍수경보까지 발효됐었다. 옥룡동과 금성동 등 곳곳은 물에 잠겨 50대 주민 1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대피하는 등 인명피해도 이어졌다. 공산성·무령왕릉 등 세계문화유산마저 침수됐다.

기준에 따르면 A씨는 전액 환불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다만 여기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여름 휴가철과 장마·태풍이 겹치는 시기마다 환불을 놓고 소비자와 업주 간 갈등이 계속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숙박시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은 모두 1428건으로, 이 중 40%가 7월에서 9월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