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침수는 인재"...14명 사망
[앵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상황이 전해질수록 행정 공백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물론, 차도를 빠져나온 시민들도 미리 막을 수 있던 '인재'라며, 책임 규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회부 우종훈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앞서 전해드렸지만 인명 피해 상황 정리부터 해주시죠.
[기자]
현재까지 궁평2 지하차도에서 수습된 사망자는 모두 1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당초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인원 12명보다 많아 예상보다 피해 규모가 커졌습니다.
앞서, 저녁 7시 50분쯤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소방은 급류에 휩쓸려갔을 가능성을 제기했었는데요.
실제 시신은 지하차도 밖에 있는 미호천변 저지대에서 발견됐습니다.
[앵커]
사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담긴 영상이 YTN에 제보됐죠?
[기자]
네, 영상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영상은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8시 35분, 그러니까 사고 5분 전에 촬영된 건데요.
보시면, 흙이 가득 섞인 물이 쉴새 없이 도로로 흘러들어옵니다.
미호천 제방이 무너진 게 고스란히 보이는데요.
영상을 보면 지하차도가 얼마나 빠르게 침수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지인이 촬영한 영상이라며, 제보자께서 영상을 제보해주셨습니다.
제보자는 영상을 촬영한 운전자는 현장을 벗어났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앵커]
사고 당시 상황을 전해주신 분들도 있었죠?
[기자]
네, 이 영상은 사고 당시 오르막을 오르던 차량에 얼마나 물이 빠르게 들어찼는지 보여주는데요.
당시 지하차도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신운복 씨 말 들어보겠습니다.
[신운복/오송 지하차도 침수 차량 운전자 : 외부에서는 안이 잘 안 보이죠, 어두워서. 내리막길이잖아요. 차들도 지나가길래 그래서 들어갔는데 진입을 했는데 시동이 꺼져 가지고….]
신운복 씨 말을 들어보면 지하차도에 진입하기 전까진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앵커]
통행 통제가 빨랐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이번 참사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건지 하나하나 짚어주시죠.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지자체에 여러 번 미호천 수위 알림이 전달됐지만, 지하차도 진입을 막는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자체에 수위 안내가 전달된 건 최소 세 번입니다.
먼저 사고 전날, 금강 홍수통제소는 홍수주의보를 발령하면서 도청과 구청 등에 발령문을 전달했는데, 한 시간 반 내로 수위가 7m에 달할 거란 내용이었습니다.
또, 다음 날 새벽, 사고 발생 4시간 반 전쯤엔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상향 발령했는데,
마찬가지로 도청과 구청에 새벽 5시쯤이면 수위가 8m에 이를 거라고 안내했습니다.
수위는 곧 9m까지 이르렀고, 홍수통제소는 구청 담당과에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방이 한계에 달하는 '계획 홍수위', 9.2m에 근접했다며 ''심각 수위'라고 안내한 건데 이때가 새벽 6시 34분, 사고 두 시간 전이었습니다.
일종의 경고까지 한 셈입니다.
[앵커]
사전 경고가 이어졌는데 지자체는 교통 통제에 나설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인가요?
[기자]
네, 사고 직후 충청북도는 2에서 3분 만에 물이 급작스레 들어차 통제할 수 없었다고 했는데요.
제방이 무너진 게 변수였다는 건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강종근/충청북도 도로과장(어제) : (침수심이 박스 아래) 50cm가 되면 승용차 바퀴가 반 이상 잠기는 깊이이기 때문에 운행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통제하는데, 사고 임박 전까지도 그런 징후 없었고, 더군다나 제방이 유실되면서 유입된 하천수에 의해 침수된 것이기 때문에….]
[앵커]
제방 유실을 예측할 수 없었다는 말인데요.
이 말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건가요?
[기자]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의 궁평2 지하차도 통제 기준을 살펴봤는데요.
사고 당시 통제 기준은 충족이 됐던 상태였습니다.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가 사고 난 지하차도의 통제를 결정하는 기준인데요.
보시면, 지하차도 중앙부가 50cm 잠기거나, 인근의 미호천교 수위가 29.02m를 넘고, 호우 경보가 내려지면 통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중 미호천교 수위는 사고 2시간 전 이미 기준을 넘어선 상황이었고, 호우 경보는 사고 전날 정오에 내려져 있었습니다.
기준 3가지 중 2가지가 충족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이에 대해 충청북도는 궁평2 지하차도가 오송역과 세종으로 가는 길목이라 교통 불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꼭 통제하는 건 아니고, CCTV를 살펴보는 직원이 심각성을 고려해 통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생존자와 유가족 모두 바라는 건 철저한 책임 규명인 거죠?
[기자]
네, 먼저 지하차도에서 탈출한 제보자, 정영석 씨가 보내온 손 사진부터 보여드리려 합니다.
이분은 가까스로 차량에서 내려 철제 구조물을 잡고 밖으로 나오다 다른 화물기사의 도움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는데요.
또, 본인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던 분들을 잡아끌어 서로를 도왔다고 합니다.
정영석 씨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정영석 /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차량 운전자 : 저도 이제 그분이 구해주셨고, 저도 간신히 난간 위에 올라가서 한숨을 좀 돌리니까 주변에 아주머니들이 도와달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저분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죠.]
다만, 정영석 씨는 이 내용을 제보한 이유가 순식간에 물이 들어찬 데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또, 취재진 앞에 어렵게 말을 해주신 유가족들도 모두 책임자 규명을 바라셨습니다.
[김태희 / 오송 지하차도 사고 유족 : 그냥 재해라고 넘기려고 하는데 이건 재해가 아니고 저는 인재라고 생각해요. 아까도 얘기한 거처럼 출입 통제가 미리 다 이뤄졌으면, 아니면 경찰차라도 한 대 나와 있으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앵커]
이번 사고에 대해 관계 기관도 조사에 착수했죠?
[기자]
네, 먼저 국무조정실은 사고가 나기 전 1시간에서 2시간 앞서 지하차도와 오송읍 긴급 대피와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각 1차례씩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또, 충북 경찰은 80여 명으로 구성된 전담 수사팀을 꾸리기로 했습니다.
경찰도 홍수 경보가 내려지는 등 기준이 충족됐는데도 왜 통제를 하지 않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모레까지 또 400mm에 달하는 비가 예고되어 있어서 추가 피해가 없도록 단단히 대비하고,
시민들께서는 산사태 위험 지역을 포함해 위험 지역에는 가지 않으셔야 하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우종훈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생했습니다.
YTN 우종훈 (hun9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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