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지하차도 수색 종료…폭우 사망자 41명으로 늘어(종합2보)
경찰·국무조정실, 수사·감찰 착수…'중대시민재해' 적용 가능성도
정부, 특별재난구역 선포 추진…전국 지자체는 여름축제 취소·연기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 13일부터 17일 오전까지 전국 곳곳에 쏟아진 폭우로 지하차도 침수, 산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사망자 수가 41명으로 늘었다.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터널 전체가 침수된 청주 오송지하차도에서는 실종 신고된 12명 중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던 마지막 1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산사태로 마을이 초토화된 경북 예천 등에서는 실종자 8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폭우로 인한 사망자는 세종 1명, 충북 16명(오송 13명), 충남 4명, 경북 19명 등 총 40명이다.
여기에 이날 오후 8시 10분께 오송 지하차도 인근 농경지에서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돼 사망자는 총 41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는 부산 1명, 경북 8명 등 9명이다. 부상자는 충북 13명을 비롯해 총 34명이다.
정부는 긴급조사반을 전날부터 경북, 충북, 충남, 전북, 세종에 파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도 추진한다.
부실 대응으로 인해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경찰과 국무조정실은 책임 규명을 위한 수사와 감찰에 착수했다.
기상청은 "18일 아침까지 곳에 따라 시간당 30∼60㎜, 많게는 70㎜ 이상 되는 강한 비가 내리겠으니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송 지하차도 사망자 14명으로 늘어…내부 수색 종료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쏟아져 들어온 6만t의 물에 차량 16대가 잠긴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에서는 이날 새벽부터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진행됐다.
중앙부에는 펄과 함께 물이 성인 남성 허리만큼 차 있어 수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오전 4구의 시신을 인양한 소방 당국은 오후 8시 10분께 지하차도 인근 농경지에서 시신 1구를 추가로 수습했다.
신원 확인 결과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실종 신고된 12명 중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던 마지막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이번 사고 관련 누적 사망자는 14명으로 늘었다.
이날 마지막 실종자의 시신을 찾으면서 내부 수색 작업은 종료됐다.
다만 당국은 이날 마지막으로 수습된 희생자의 시신이 지하차도 밖 약 200m 떨어진 도로변 풀숲에서 발견된 점을 고려해 외부 하천변과 논, 밭 등의 수색을 당분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충북경찰청은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88명 수사관이 참여하는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사고 원인과 책임을 밝히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우선 이날 오후 지하차도 침수 차량에 대한 감식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제방에 대한 1차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제방 높이나 폭 같은 것들을 살펴보기 위한 기초조사"라면서 "지하차도에 대해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이유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중대처벌법상의 '중대시민재해' 조항에 의한 첫 처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오송 참사처럼 다수의 시민이 사상했을 때 원인을 제공했거나, 제대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당국자들이 처벌될 수 있다.
국무조정실도 궁평2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는 감찰에 착수했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실은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관련 기관을 예외 없이 조사해 징계·고발·수사 의뢰·제도 개선 등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실종자 8명 생사 미확인 경북 예천군 등 수색 강화
경북에서는 이날까지 사망 19명, 실종 8명, 부상 1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가장 컸다.
지난 15일 오전 영주시 풍기읍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부녀지간인 2명이 숨지고,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마을에서 5명이 사망하는 등 사망자 19명 중 최소 13명이 산사태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이날 장비는 물론 인력 2천여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등 구조 작업을 재개했다. 소방대원과 경찰관들이 삽과 탐침봉 등을 들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 활동은 실종자 8명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예천군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병대 1사단도 신속기동부대 선발대 400여명과 소형고무보트(IBS) 4척, 제독차 7대, 급수차 2대, 방역장비 5대, 세탁트레일러 2대를 투입, 예천 피해지역 복구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1사단은 1천200여명을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대구에서도 지난 15일 오후 팔거천변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60대 남성에 대한 수색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다.
경북지역 이재민은 1천900여세대, 2천900여명에 달한다. 현재 885세대, 1천300여명이 귀가했으나, 1천여세대, 1천600여명은 여전히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국 곳곳서 농경지·주택 침수 속출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연일 쏟아진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나 농작물 침수 피해 등이 발생했다.
전북 지역에서는 농경지 1만4천579㏊가 물에 잠겼다. 작물별로는 벼가 9천577㏊로 가장 넓고, 논콩 4천533㏊, 시설원예 412㏊ 등이다.
계속된 비로 지반이 약해진 탓에 산사태 발생도 잇따르고 있다. 완주 5곳, 익산 4곳, 장수 2곳 등 전북 지역 14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전남에서도 농경지·시설물 침수 피해가 속출했는데, 피해 면적이 635㏊(해남 540㏊, 강진 95㏊)에 달한다. 전남도는 배수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침수 지역이 상당히 남은 상황이다.
지난 13일부터 580㎜의 물 폭탄이 쏟아진 충남에서도 7천830㏊의 농경지가 침수됐고, 이 가운데 66㏊가 유실·매몰됐다.
산사태는 147곳에서 총 8.79㏊ 규모로 발생했다.
이번 폭우로 인한 충남지역 사망자는 4명이다. 지난 14∼15일 논산과 청양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3명이 숨졌고, 공주에서 1명이 호우에 휩쓸려 사망했다.
세종에서도 산사태로 1명이 숨졌고, 공공시설 11곳과 사유시설 6곳이 피해를 봤다.
집중호우가 이어지자 교육기관도 여름방학을 앞당기는 등 학사일정 조정에 나섰다.
이 같은 학교는 총 22개교인데, 충북이 9개교로 가장 많고 충남·경북 각 5개교, 서울·울산·세종 각 1개교로 집계됐다.
정부 '특별재난지역' 선포 추진…지자체 축제 잇따라 취소
정부는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한 긴급조사반이 전날부터 경북, 충북, 충남, 전북, 세종에 나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향후 비 피해 상황에 따라 경북·충북 등 5개 지역 외의 다른 지역으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지자체와 중앙의 피해 조사 후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심의를 거쳐 중대본부장의 건의로 대통령이 선포한다.
행정안전부도 호우 피해 지역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106억5천만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토사 유실, 도로 파손, 하천 범람 등 피해를 본 지역의 응급 복구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지자체에 "피해 지역 주민의 안전 확보와 불편 최소화를 위해 응급 복구와 이재민 구호를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지자체도 호우 피해 복구 등을 위해 예정됐던 축제를 잇달아 취소했다.
경남 거제시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릴 예정인 '거제 바다로 세계로'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피해 복구와 재해 예방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구 달성군은 오는 23일 사문진 상설 야외공연장에서 열 예정이던 '달성 파크뮤직콘서트'를 무기한 연기했다.
경북 영주시도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9일간 열려던 '2023영주 시원(ONE)축제'를 취소했다.
예천군도 도청 신도시 물놀이장 개장을 기념해 오는 22일 개최하려던 '예천 버블런' 행사를 연기했다. 문경시 역시 오는 22일로 예정했던 영강 어린이물놀이장 개장식을 취소했다.
(전창해 박세진 김소연 정다움 김진방 김수현 김윤구 이동환 손대성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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