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아주세요" 말에도 끝까지 버텼다…3명 살려낸 오송 지하차도 영웅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 화물차 운전기사가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때 3명을 익사 위기에서 구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CJB 보도에 따르면 화물차 기사 유병조(44)씨는 지난 15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때 차 지붕 위로 피한 뒤 주변에 있던 3명의 목숨을 구해냈다.

유씨는 침수 사고 당일 오전 오송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던 순간 버스의 시동이 꺼진 것을 보고 뒤에서 추돌해 버스와 함께 지하차도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유씨는 "같이 탈출해보려 처음에 뒤에서 박았는데 안 밀리더라. 그 상태에서 제 차는 시동이 꺼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물이 계속 차오르자 유씨는 창문을 부숴 화물차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버스에서 휩쓸려 나온 20대 여성이 화물차 사이드미러를 붙잡고 버티는 것을 발견했다.

유씨는 "옆에 아가씨가 매달려있었다"며 "그 여성의 손을 잡고 일단 화물차 위로 끌어 올렸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구조를 청하는 비명에 주변을 살피자 차량 뒤쪽으로 둥둥 떠 있는 남성을 발견했다. 우선 난간을 붙잡게 한 뒤 또 다른 남성도 구했다. 유씨는 "남자 2명이 물에 떠서 계속 살려 달라고 외쳤다"며 "침착하게 얼굴만 물 밖으로 딱 나와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오송 지하차도에서 9명이 구조됐다. 그중 3명을 유씨가 구한 것이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상황에서 3명을 구해낸 화물차 기사 유병조씨. /사진=SBS 뉴스 갈무리

여성 생존자의 부친은 사고 이후 유씨를 만나 "딸이 '저는 힘이 없으니까 손 놓으시라고 했는데 끝까지 잡아서 높은 곳까지 올려줬다'고 말했다"면서 "자신도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구해줘 너무 감사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발생했다. 지하차도 인근 제방 둑이 터지면서 범람한 강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졌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등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